주일오전예배설교(2024. 3. 3) 

주의 자비하심, 우리의 자비함

<시편63:1-7>

김 태진 목사

자비(mercy)하신 하나님

하나님께서 자비하심을 처음에 모세에게 나타내 주셨습니다. 모세가 하나님께 간구하기를, “원하건대, 주의 영광을 내게 보이소서”(출33:18)라고 기도하자, 그 응답으로 모세에게 하나님의 영광스러운 내적인 속성을 선포하듯 알려주셨습니다.

모세를 바위 틈에 숨기고 하나님께서 지나가시며, 하나님의 내적인 속성, 특히 자비롭고 은혜롭고 인자(사랑)의 속성을 모세에게 알려주셨습니다.

“여호와라, 여호와라. 자비롭고 은혜롭고 노하기를 더디 하고, 인자와 진실이 많은 하나님이라. 인자를 천대까지 베풀며 악과 과실과 죄를 용서하리라”(출34:6,7) 

만일 하나님이 자비의 하나님이 아니시라면, 우리의 행동이나 말을 엄밀하게 살펴서, 잘 한 것은 칭찬하고 상급으로 갚아 주시겠지만, 우리가 잘못한 것, 죄 지은 것은 기록해 놓으셨다가 합당한 벌로 갚으실 것입니다. 그래서 7절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벌을 면제하지는 아니하고, 아버지의 악행을 자손 삼사 대까지 보응하리라”(7)

당시 모세가 이 말씀을 받았을 때에는 율법시대입니다. 하나님의 법, 율법대로 하면 행한 대로 갚아 주시는 것이 합당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 구절을 읽으며 우리에게도 그렇게 하실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는 은혜 시대에 살고 있고(고후6:2), 우리는 주님의 은혜를 받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 구절대로 되지 않을 것입니다.

하나님은 은혜의 하나님이요 자비하신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고, 우리의 악과 과실과 죄를 용서하십니다.

다윗도 주님의 은혜와 자비를 여러 번 경험하고 시편103편에 기록하고 있습니다.

“내 영혼아 여호와를 송축하며, 그의 모든 은택을 잊지 말지어다. 그가 네 모든 죄악을 사하시며, 네 모든 병을 고치시며, 네 생명을 파멸에서 속량하시고, 인자와 긍휼로 관을 씌우시며--”(시103편2-4) 

또 다윗은 광야에서 사울의 추격을 피해 달아나면서 경험한 이 하나님의 자비(사랑)로 인해 버티어 나갈 수 있었다고 고백합니다.

“하나님, 주님은 나의 하나님입니다. 내가 주님을 애타게 찾습니다.

물기 없는 땅, 메마르고, 황폐한 땅에서 내 영혼이 주님을 찾아 목이 마르고, 이 몸도 주님을 애타게 그리워합니다.

내가 성소에게 주님을 뵙고 주님의 권능과 주님의 영광을 봅니다.

주님의 한결같은 사랑이 생명보다 더 소중하기에, 내 입술로 주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이 생명 다하도록 주님을 찬양하렵니다. 내가 손을 들어서 주님의 이름을 찬양하렵니다. 기름지고 맛 깔진 음식을 배불리 먹은 듯이 내 영혼이 만족하니, 내가 기쁨에 가득 찬 입술로 주님을 찬양하렵니다.

잠자리에 들어서도 주님만을 기억하고 밤을 새우면서도 주님만을 생각합니다.

주님께서 나를 도우셨기에, 나 이제 주님의 날개 그늘 아래에서 즐거이 노래하렵니다”(시63:1-7, 새 번역) 

다윗은 “내가 성소에게 주님을 뵙고 주님의 권능과 주님의 영광을 봅니다”(2)라는 표현을 씁니다.

그는 힘든 광야에서, 과거에 예루살렘에 있을 때, 성소에서 누렸던 하나님과의 만남과 교제, 그 때 누렸던 하나님의 임재 경험을, 다시 뚜렷하게 보는 것 같았다는 의미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봅니다’라는 히브리 단어 ‘하자’가 다른 곳에서 주로 계시나 환상을 보는 것에 많이 사용되었기 때문에, 다윗이 깊은 기도 가운데 영안에서(혹은 환상으로) 하나님의 성전에 가까이 가게 되는 경험을 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하나님은 때로 우리가 간구하는 그 기도제목을 바로 해결해 주시지 않으시고, 우리에게 신령한 은혜를 주셔서 자비와 사랑을 표현해 주십니다.

하나님께서 다윗에게 과거 성소에서의 하나님의 임재 경험을 선명하게 회상하게 하거나, 또는 영으로 그 하나님의 보좌 앞에 나아가서 주님을 뵙고, 주님의 권능과 주의 영광을 보게 하신 것도 크신 하나님의 은혜와 자비입니다. 왜냐하면 그 경험이 다윗에게 다른 어떤 것보다 더 큰 힘과 위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윗은 그가 경험하게 된 하나님의 인자(사랑)는 생명보다 귀하다고 고백하고, 하나님의 자비(사랑)로 인해 하나님을 광야에서 찬양하게 된다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주의 자비를 베풀어 주심으로 인해 주님의 날개 아래서 평안하게 노래하게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그 때에 주님의 오른 손으로 자신을 꼭 붙잡아 주셨다고 고백합니다.  

예수님의 자비하심

예수님은 하나님을 보여주시는 분이십니다. 하나님의 마음과 뜻, 생각을 그대로 품고 육신을 가지고 이 땅에서 사셨습니다.

어느 날 한 나병환자가 예수님을 찾아왔습니다. 문둥병자는 당시 구약 율법적 관점에서는 죄로 인하여 하나님의 징계로 생긴 병이기에 가까이 가서는 안 되었고, 나병환자 자신도 다른 사람이 가까이 오게 해서는 안 되었기에 “부정하다”, “부정하다”, “부정하다”라고 소리쳐서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 나병환자는 예수님께 가까이 와서 무릎 꿇고 간청했습니다. 율법에 의하면 누구든지 그 나병환자에게 손을 대면 똑같이 부정하게 되기 때문에 손을 대서는 안 되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에게 손을 대시며(touched)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원하노니, 깨끗함을 받으라”(막1:41)

곧 그 나병환자는 깨끗하여 졌고, 나음을 받았습니다. 죄인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신 것입니다.

또 다른 사건에서 예수님께서 자비를 베풀어주신 대표적인 예를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여리고에서 나가실 때, 길 가에 맹인이며 거지인 바디매오가 앉아서 구걸하고 있다가 예수님에 대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가까이 오신다는 소리를 듣자 그는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다윗의 자손 예수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Have mercy on me, 나에게 자비를 베푸소서)(막10:47)

예수께서 지나가시다가 멈추고 그를 불러오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네게 무엇을 하여 주기를 원하느냐”(51)라고 물으셨고, 그는 “선생님이여 보기를 원하나이다”(51)라고 대답했습니다.

예수님은 그를 고쳐 주셨습니다. 예수님은 바쁘시고 하실 일이 많으셨지만, 거지이자 맹인, 가장 하찮고 낮은 그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셨습니다.  

가서 자비를 베풀라

그런데 이렇게 자비를 베푸시는 주님께서 ‘너희도 자비를 베풀라’고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은 자비를 베푼 사마리아 사람처럼 자비를 베풀라고 친히 말씀하셨습니다.  

한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다가 강도를 만났습니다. 그는 거의 죽도록 맞고, 옷도 벗겨질 만큼 다 털리고 피 흘리며 쓰러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나가던 제사장과 레위인은 그냥보고 지나쳤습니다. 아마도 죽은 시체를 만지면 그들도 부정하게 되어 제사를 못 드리게 될까봐 그랬는지, 바빠서 그랬는지 그냥 지나쳤습니다.  

그런데 한 사마리아 사람이 그를 보고, 불쌍히 여겨서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기름과 포도주로 응급 처치를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를 자기 짐승에 태워 가까운 주막으로 데리고 가서 돌보아 주었습니다. 그는 주인에게 두 데나리온을 주면서, 그 사람을 돌보아 주라고 부탁하고 비용이 더 들면, 다시 올 때 갚아 주리라고 약속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누가 강도만난 자의 이웃이 되었느냐’고 물으셨고, 제자들은 “자비를 베푼 자니이다”(눅10:37)라고 대답했습니다.

예수님께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37) 곧 ‘너희도 가서 자비를 베풀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도 강도만한 자가 주변에 보인다면, 외면하지 않고, 가까이 가서 실제적으로 도와주는 그런 자비한 사람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자비가 어떤 것인가에 대하여 더 깊은 차원에서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아버지의 자비로움과 같이 너희도 자비로운 자가 되라”(눅6:36)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누가복음 6장27절에서 38절까지가 그 자비로운 행위의 내용들입니다.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미워하는 자를 선대하며, 너희를 저주하는 자를 위하여 축복하며, 너희를 모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27,28) 

원수를 사랑하는 것, 우리를 미워하는 자를 선대하는 것, 우리를 저주하는 자를 축복하는 것, 우리를 모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는 것이 자비라고 말씀합니다.  

우리는 “비판하지 말라”(37)고 말씀합니다. ‘비판하지 않는 것’이 남에게 베풀 수 있는 자비로운 일이라고 말씀합니다. 비판을 받을 만한 것이 보인다고 하더라도 바로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신중해야 합니다. 비판하는 자는 자신도 비판을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또 “정죄하지 말라”고 말씀합니다. 남을 정죄하면 자신도 정죄를 받기 때문이라고 말씀합니다.

“용서하라”고 말씀합니다. 용서하는 것이 자비를 베푸는 것이며, 그렇게 용서하는 사람은 용서를 받게 된다고 말씀합니다. 

또 우리를 사랑하는 자만을 사랑하지 않고, 사랑해야 할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참 사랑이고, 자비이며, 즉 우리에게 잘 대해주는 자만 선대하지 않고 다 잘 대해주는 것이 자비를 베푸는 것이라고 말씀합니다(32,33). 

그리고 ‘필요한 자에게 주는 것’이 자비라고 말씀합니다(38).

“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줄 것이니, 곧 후히 되어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하여 너희에게 안겨 주리라---”(눅6:38) 

우리는 어려운 사람, 힘든 일을 당한 사람에게 어느 정도의 물질과 시간을 드려서 위로하며 도와주는 것이 자비이기에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자비를 베푸는 것이 점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자비를 베푸는 일을 우리가 할 수 없고, 주님의 도우심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성령의 열매 중 하나가 ‘자비’(mercy)입니다(갈5:22) 우리는 성령님의 도우심으로 자비한 사람이 되며, 자비의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자비 없는 심판, 자비가 있는 심판

이 땅에서 자비를 베풀며 산 사람은 최후의 심판 날에 큰 유익을 얻습니다.

야고보서 2장 13절에 “긍휼(mercy)을 행하지 아니하는 자에게는 긍휼 없는 심판이 있으리라. 긍휼은 심판을 이기고 자랑하느니라”(약2:13) 

만일 우리가 긍휼(자비)없는 삶을 살다가 주님 앞에 간다면, 주님은 우리가 행한 자비의 행위를 거의 찾을 수 없기에, 우리의 행위를 다 들쳐보고 (율)법대로 심판하신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러나 긍휼을 베푼 사람은 그 긍휼 때문에 그 심판을 이겨버리고, 자신도 주님의 자비를 받게 된다는 말씀입니다.

더 확실하고 강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긍휼은 심판을 이기고 자랑하느니라”(Mercy triumphs over judgement)(약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