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오전예배설교(2023. 11. 12) 

깊은 곳에서 만나는 주의 은혜

<눅5:1-11>

김 태진 목사

깊이가 없는 현대인들

현대의 흐름은 ‘빨리 빨리’, ‘개략’, ‘대충’, ‘속성 과정’, ‘급행’---이런 흐름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깊이가 없게 됩니다. 이것을 피상성이라고 합니다. 세계적인 영성 신학자 리차드 포스터(Richard Foster)박사는 “현대인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에 하나는 깊이가 없는 것, 곧 피상성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세상에 깊이가 얕은 것, 얕은 사람이 더 많아집니다. 여러분은 깊이가 있는 사람이 좋습니까? 아니면 깊이가 없는 사람이 좋습니까? 촐랑대는 사람, 딸랑대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을 것입니다. 생각하는 것, 말하는 것이 깊이가 있으면, 그 말하는 것을 더 듣고 싶어 할 것입니다.

요사이 패스트 후드(fast hood)라는 피자, 햄버거, 샌드위치 등을 많이 먹습니다. 시간 절약하며 빨리 한 끼를 해치울 수 있어서 필요할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음식을 먹을 때에도 ‘깊은 맛’이 있으면 매우 좋아합니다. 오래 전 어떤 음식점에 가서 청국장 정식을 시켰습니다. 처음에 음식 값은 다른 곳보다 비싸서 조금 불편했지만, 음식을 먹어보니, 그 맛에 깊이가 있었습니다. 만족스러웠습니다. 조금 비싼 것이 하나도 안 아까웠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내가 이 집에 다시 오리라”--  

신앙의 영역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는 깊은 곳에서 받을 수 있는 것이 많이 있습니다. 우리의 생각 차원에서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생각해 보니---그렇구나--”, “그렇지 않겠어? 생각해 봐--” 이렇게 은혜를 받을 수 없습니다. 감정 차원에서만도 큰 은혜를 받을 수 없습니다. “그렇게 느껴” 혹은 “느낄 수 없어”의 차원만도 아닙니다. 우리가 은혜를 받는 것은, 우리의 마음(heart) 속에서, 혹은 우리 존재의 깊은 곳인 영(영혼, spirit)에서 받는 것입니다.

깊이가 없는 신앙생활로는 주님께서 주시는 여러 가지 은혜를 놓치게 될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께서 그 원리를 잘 가르쳐 주시고 계십니다.

깊은 곳에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다.

예수님께서 게네사렛 호숫가에서 배 한척을 빌려 올라가서 몰려온 사람들에게 말씀을 가르치셨습니다(눅5:1-3). 그리고 말씀을 마치신 후에 시몬(베드로)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눅5:4)

그 말씀을 들은 시몬 베드로는 잠시 고민했습니다. 그의 경험과 판단으로는, 그의 속으로 생각했을 것입니다. “이 대낮에 깊은 곳에 고기가 없을 텐데---내가 이 호숫가에서 자라서 잘 아는데---어제 밤에도 수고하였지만 잡은 것이 없었는데---”

이렇게 생각하다가 결단을 내리고 예수님께 말씀을 드렸습니다.

“선생님, 우리가 밤새도록 애를 썼으나, 아무 것도 잡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말씀을 따라 그물을 내리겠습니다”(5, 새 번역) 

우리 자신의 경험보다, 우리 자신의 지식과 생각보다 더 깊은 것이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대로 얕은 곳에서는 고기가 없지만, 깊은 곳에 가면 고기가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생각과 경험 차원에서는 건지는 것이 없을 지라도, 하나님 말씀을 잘 듣고 그대로 행하면, 좋은 열매를 거두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6,7).

하나님 말씀을 읽거나 들을 때, 반드시 이 성경 말씀이 진리이며, 생명의 말씀으로 받아들이고, 그대로 믿고 따르면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다고 믿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는 제자들처럼 예수님이 직접 나타나서 말씀하시는 것을 보고 들을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안에 계신 주님의 영, 즉 성령님의 인도하심, 감동하심으로 기록된 성경 말씀, 혹은 설교로 들려지는 말씀이 우리 심령 깊은 곳에서 들리게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먼저 기도로 준비하고 읽고, 들으면 그렇게 됩니다. 또 간절한 마음으로 설교 말씀을 들으면 더욱 그렇게 됩니다. 사도행전 17장에, 사도 바울이 베뢰아라는 지방에 갔을 때, 그 지방에 사는 유대 사람들이 바울이 설교하는 말씀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특별했습니다. 그들이 말씀을 받아들이는 모습이 이렇습니다.

“베뢰아 유대 사람들은 데살로니가의 유대 사람들보다 더 고상한 사람들(더 너그러워서, noble character)이어서, 아주 기꺼이(간절한 마음으로, with great eagerness) 말씀을 받아들이고, 그것이 사실인지 알아보려고 날마다 성경을 상고하였다”(행17:11, 새 번역)

구약에도 기도하며 말씀을 깊이 사모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시편 119편의 기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심히 사모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날이 새기 전부터 하나님께 기도했고, 또 말씀을 묵상하며, 하나님 말씀이 자신에게 살아있는 말씀으로 임하기를 기다리는 이 시편 저자의 모습이 참으로 귀합니다.

“주님의 말씀을 갈망하여 날이 밝기도 전에 일어나서 울부짖으며, 주님의 말씀 묵상하다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웁니다”(시119:147-148, 새번역)  

오래 전에 민수기 6장 22절에서 27절 말씀을 읽다가 큰 은혜가 되었습니다.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아론과 그의 아들들에게 말하여 이르기를, 너희는 이스라엘 자손을 위하여 이렇게 축복하여 이르되, 여호와는 네게 복을 주시고, 너를 지키시기를 원하며 ---”(민6:22-24)

그저 지적으로 성경 공부하는 식으로 읽으면, “아, 하나님께서 아론과 그의 아들들인 제사장들에게 그들이 해야 할 직무를 말씀하셨구나, 그들의 제사장으로서의 직무는 이스라엘을 축복하는 것이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때에, “하나님은 이스라엘 뿐 만 아니라, 저를 포함한 오늘의 하나님의 백성들을 축복하시기를 원하시는 구나, 이러한 주님의 마음을 따라, 목회자로서 더욱 그들을 축복해야 겠다”는 마음을 깊이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말씀을 더욱 좋아하게 되었고, 다른 사람을 축복하는 것이 오히려 제게 힘이 되고 기쁨이 되고 있습니다.  

저와 여러분이 계속해서 우리 심령 깊은 곳에서 말씀의 깊은 의미를 깨닫게 되시고, 우리를 새롭게 변화시키는 말씀으로 채우게 되기 바랍니다. 우리의 심령 깊은 곳에 임하고 그 말씀을 믿음으로 순종하여 하나님의 놀라운 일이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깊은 기도

우리의 기도도 깊은 차원의 기도가 되기를 바랍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기도가 우리의 생각이나, 감정, 우리의 욕망, 우리가 바라는 사항에서만 이루어진다면 깊은 기도라 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기도는 심령 깊은 곳에서 드려지는 기도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기도가 깊은 차원의 기도가 되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마음을 알고 그 마음을 따라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의 마음을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우선 성경을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성경을 읽어가면서 마음에 와 닿고 감동이 되는 말씀이 있습니다. 성경을 여러 번 읽고 깊이 묵상하면, 그 말씀 속에 숨어 있었던 것 같은 깊은 의미를 새롭게 깨닫게 됩니다. 특별히 하나님의 깊은 사랑을 깨닫는 경우가 많고,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하나님은 섭리를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그 말씀을 따라 기도하게 됩니다.

또 성령님께서 우리를 인도하시고 가르쳐 주시면 알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성령님은 하나님의 마음(생각)을 가장 잘 아시는 분이라고 말씀합니다.

“그러나 성경에 기록한 바, ‘눈으로 보지 못하고 귀로 듣지 못한 것들, 사람의 마음에 떠오르지 않은 것들을 하나님께서는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련해 주셨다’ 한 것과 같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성령을 통하여 이런 일들을 우리에게 계시해 주셨습니다. 성령은 모든 것을 살피시니, 곧 하나님의 깊은 경륜까지도 살피십니다. ---하나님의 영이 아니고서는, 아무도 하나님의 생각(마음)을 깨닫지 못 합니다”(고전2:9-11, 새번역) 

저는 제가 깊은 기도에 들어갔다고 여겨지면, 기도의 마지막에 주님께서 성령님을 통해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려 합니다. “주여, 말씀하옵소서. 제가 듣겠나이다” 합니다. 지금까지 내가 하나님께 무엇인가를 아뢰었다면, 그 시간부터 주님이 말씀하시려는 것을 들으려고 합니다. 그 때에 들려지는 성령님의 인도하심, 혹은 성령님의 음성은 제게 늘 큰 힘이 됩니다.

얼마 전 갑자기 어떤 분의 얼굴이 떠오르고 그 분에 대하여 잠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자주 만나는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 신학교 출신 졸업자로서 목회자가 되는 어느 과정의 시험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시험에 실패했습니다. 제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시간이 상당히 지났습니다.

그런데 그 분의 얼굴이 떠오르고 마음을 새롭게 하고 새로운 마음가짐을 하고 최선의 방안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하루 지나 그 분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그 다음 날 찾아와서 좋은 면담이 이루어졌고, 좋은 결과가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저도 좋고, 그 분도 좋았습니다. 성령 안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며칠 전 이스라엘의 전쟁에 대하여 기도하였습니다. 시편 122편 6절 “예루살렘의 평화를 위하여 구(기도)하라”라는 말씀대로 주로 이스라엘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제 마음에 ‘탈레스타인 사람들을 위해서도 평화가 이루어지도록 기도해야 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탈레스타인에 있는 그 영혼들도 귀한 영혼이라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후에 어느 글을 보았는데, 현재 이스라엘에는 기독교인들이 1.9-2.0%입니다. 그리고 탈레스타인에는 2%가 조금 넘는 기독교인들이 있다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기독교인들 뿐 아니라, 그 탈레스타인 사람들의 생명도 귀하기 때문에, 이 전쟁이 빨리 끝나고, 피해가 최소화되어야 되기를 기도해야 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제 안에 계신 성령님께서 하나님께서 가지신 마음을 알게 하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깊은 회개

우리는 회개하는 것이 우리가 하나님 앞에 바르게 서게 되고, 우리 심령이 새로워지고, 부흥(revival)이 이루어지는 출발이다--- 등 회개에 대하여 좋은 말씀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때에 회개를 몇 번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회개를 하였다고 하지만, 깊은 회개를 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고 생각되어 집니다.

시편130편 1절에서 8절까지를 보면, 시편 기자는 깊은 기도를 통해 깊은 회개를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호와여 내가 깊은 곳에서 주께 부르짖나이다.

주여, 내 소리를 들으시며, 나의 부르짖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소서.

여호와여 주께서 죄악을 지켜보실진대, 주여 누가 서리이까.

그러나 사유(용서)하심이 주께 있음은 주를 경외하게 하심이니이다.

나 곧 내 영혼은 여호와를 기다리며, 나는 주의 말씀을 바라는 도다.

파수꾼이 아침을 기다림보다. 내 영혼이 주를 더 기다리나니, 참으로 파수꾼이 아침을 기다림보다 더하도다.

이스라엘아 여호와를 바랄지어다. 여호와께서는 인자하심과 풍성한 속량이 있음이라. 그가 이스라엘을 그의 모든 죄악에서 속량하심이로다”(시130:1-8) 

우리가 회개하였다고 하면서 우리의 생각 차원에서 회개를 했을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회개하며 울기도 하였지만, 깊은 회개가 아닌 경우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가 회개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자꾸 죄지은 것에 대한 죄책감이 떠오른다면, 회개가 덜 된 것입니다. 그저 회개하라고 하니, 생각 차원이나 감정 차원에서 회개할 것일 수 있습니다. 진정한 회개는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오는 회개이어야 합니다.

성령님이 깊은 회개하는 것도 도와주십니다.

우리가 우리에게 피해를 주고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하라고 해서 용서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후에 그 사람이 생각나면서 다시 화가 올라오고, 마음이 부글부글 끌어 오른다면, 아직 깊은 용서가 덜 된 것입니다.

우리가 말씀의 깊은 뜻을 깨닫고 마음에 새기며, 그 말씀대로 사는 것도 성령님이 도와주시면 됩니다.

우리가 깊은 기도할 수 있는 것도 성령님의 도우심을 받으면 가능합니다.

우리가 깊은 회개, 깊은 용서할 수 있는 것도 성령님의 도우심 속에서는 가능합니다.

그래서 이 모든 것이 주님의 은혜입니다. 우리는 주님의 은혜 아니면 영적으로 제대로 살 수 없습니다. 주님의 은혜는 우리로 깊은 곳으로 가게 합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깊은 곳에서 받을 수 있는 주님의 은혜를 계속 부어주십니다. 그리고 우리가 깊은 곳으로 가면 계속 새로운 은혜로 채우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