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오전예배설교(2023. 8. 13) 

주의 은혜는 우리가 깨어질 때 더욱 임한다

<고후1:8-11>

김 태진 목사

호두는 껍질체로는 먹지 못하는 견과류입니다. 껍질이 깨뜨려져야 안에 있는 영양 많고 고소하고 맛있는 속 알맹이를 먹을 수 있습니다. 깨뜨릴 때는 확실하게 깨야 합니다.

밀이나 볍씨도 마찬가지입니다. 겉에 얇은 껍질로 쌓여 있습니다. 그냥 그릇에 담아놓으면 한동안 그대로 있다가 벌레가 먹던지, 썩어질 것입니다. 그렇지만 땅에 떨어져 흙속에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껍질이 깨뜨려지거나 벗겨지고, 그 알갱이에서 싹이 나고 줄기가 밖으로 나오고, 잎이 나오고, 자라서 또 열매를 맺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12:24).

우리 사람도 겉껍질과 같은 겉 사람이 깨뜨려 지지 않으면 그대로 열매 없는 체로 있고, 만일 우리의 겉 사람이 벗겨지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사람마다 반드시 겉 사람이 깨어져 벗겨지는 과정을 주십니다. 여러 가지를 사용하여 깨뜨리십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그대로 살다가 별로 열매 맺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나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 쓰임 받은 모든 사람들은 조금씩 다르지만, 나름 깨뜨림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깨뜨려짐을 받지 않았다면, 하나님께 쓰임 받지 못했을 것이고, 좋은 열매를 많이 맺지 못했을 것입니다.  

깨져야하는 바울이라는 사람

사도 바울은 기독교 신앙 내에서 예수님 다음으로 최고의 신앙인 중에 한 사람이자, 최고의 신학자, 선교사역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울은 지금의 터키지역의 큰 무역항인 다소라는 지역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부유한 유대인이었습니다. 그는 아버지 덕에 태어나면서 로마 시민권을 얻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정통 바리새파 유대인이라 엄격한 신앙교육을 바울에게 시켰습니다. 그리고 바울이 영재라는 것을 알고, 예루살렘에서 가장 뛰어난 바리새인 학자 가마리엘의 문하생으로 유학을 보냈습니다.  

그는 성격도 확실하고 단호하였습니다. 바나바와 마가와 함께 1차 선교 여행을 하는 도중 마가가 집에 가 버렸습니다. 그리고 선교여행을 마치고 2차 선교 여행을 떠나려고 할 때, 바나바는 마가가 좋아졌으니 데리고 가자고 하였고, 바울은 단호히 거부했습니다. 그 일로 인해 바나바와 바울은 갈라졌습니다.

그는 열정이 대단했습니다. 그래서 아그립바 왕과 총독과 많은 사람 앞에서 자기의 신앙을 간증하였습니다. 그 때에 왕이 그 모습을 보고 “바울아, 네가 미쳤도다. 네 많은 학문이 너를 미치게 한다”(행26:24)

그가 간증하는 모습이 너무 열정적이어서 미친 사람 같다고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그 열정이 조금 빗나갔습니다. 이스라엘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메시아로 믿고 주님으로 섬기는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늘어나자 사도 바울은 예수님을 믿는 사람을 핍박했습니다. 더 나아가 “안 되겠다, 이 이단들을 잡아 감옥에 넣어야 하겠다”고 생각하고는, 대제사장에서 허가증을 받고 다메섹으로 달려갔습니다.

바울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스타일의 사람인지, 어떤 신념을 가지고 사는지 조금은 알 수 있습니다. 그는 로마 시민권자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고, 두뇌가 명석해서 율법 공부에 탁월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배운 율법대로 살고 있다는 자부심이 강한 정통 바리새인이었습니다. 그는 열정이 있었고, 실천력과 추진력이 있었습니다.  

깨뜨리기 시작한 하나님

그런데 하나님은 창세전부터 다 계획이 있으셨습니다. 사도 바울을 쓰시려고 계획해 놓고 계셨습니다. 그렇지만 그 모습 그대로는 절대로 쓸 수가 없었습니다. 그대로 나두었다가는 믿는 사람만 핍박할 뿐인 것을 잘 알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 그의 겉 사람, 그 본래부터 가지고 있었던 바울 스타일을 깨뜨리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은 사도 바울을 만나 주심으로 깨뜨리기 시작했습니다.

주님은 다메섹 길 위에서 강한 빛 가운데서 직접 만나셨습니다. 그 빛을 받은 바울은 말에서 떨어져 땅에 엎드러졌습니다. 그 때 주님께서 그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려 주셨습니다. “사울아, 사울아 네가 어찌하여 나를 박해하느냐”(행9:4)

바울은 “주여, 누구시니이까”(5) 라고 물었고, 주님은 “나는 네가 박해하는 예수라”(5) 

짧지만 대단한 경험입니다. 바울의 일생을 변화시킨 경험입니다. 예수님이 직접 자신을 알려주셨습니다. 주님을 직접 만나고, 직접 음성을 들은 것입니다. 누구를 통해 주님을 만나고 주님의 음성을 듣는 것도 귀한 것이지만, 직접 주님을 만나고, 직접 주님의 음성을 듣는 것은 더 귀한 일입니다. 이처럼 주님이 은혜로 직접 만나주시든지, 아니면 주님께서 놀라운 일을 행해주시든지 하시는 것을 통해 우리를 깨뜨리십니다. 다양한 은혜를 주심으로, 사랑으로 깨뜨리십니다.

그러나 한 번에 다 깨뜨려 졌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 이후 주님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알려주셨습니다. “너는 일어나 시내로 들어가라. 네가 행할 것을 네게 이를 자가 있느니라”(6)

바울은 아나니아라는 사람을 통해서 깨어졌습니다.

너무 강한 빛을 받았기에 눈이 보이지 않아서 어떤 사람의 손에 끌려 다메섹으로 들어갔습니다. 거기서 아나니아라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아나니아는 요즈음 표현으로 신령한 사람이며, 성령의 기름부음이 충만한 은사 사역자입니다. 그는 깊은 기도의 사람입니다. 미리 주님께서 바울이 찾아올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고, 아나니아가 안수함으로 다시 보게 된다는 것을 바울도 보았다고 말씀을 들었습니다.

주님은 아나니아에게 바울은 “장차 주님의 이름을 이방인과 임금들과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전하기 위하여 택한 나의 그릇이다. 그가 내 이름을 위하여 얼마나 고난을 받아야 할 것을 그에게 보이리라”(15,16)라고 예언적으로 말씀해 주셨습니다.  

곧 이어 바울이 아나니아의 집에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아나니아는 아직 눈을 뜨지 못한 바울에게 “형제 바울아, 주 곧 네가 오는 길에서 나타나셨던 예수께서 나를 보내어 너로 다시 보게 하시고, 성령으로 충만케 하신다”(17)

하니 그대로 되었고, 눈에서 비늘 같은 것이 벗어져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예수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습니다.

바울은 율법공부를 많이 한 율법에 박식한 사람입니다. 그는 이전에 아나니아를 만났다면, 그릇된 메시아 예수를 믿는 신비주의자이며, 이상한 은사주의자라고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바울이 깨어졌습니다. 그것은 바울 자신이 주님의 음성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나니아를 통해 눈을 보게 되었고, 성령 충만함을 받았고, 세례를 받았고, 장차 어떤 방향으로 주님의 일을 하게 될는지 예언적인 말씀을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바울은 아라비아에서 3년간 말씀으로 깨어졌습니다.

바울은 은혜로 받은 충격에 3년간을 아라비아로 가서 지냈습니다(갈1:17-18). 많은 학자들이 추측하기로, 거기서 그는 구약 성경을 성령의 조명하에 다시 읽으며 거기서 예수님을 밝히 보게 되었을 것입니다. 성경이 예수님에 관한 말씀이라고 다시 해석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하나님 말씀을 깊이 읽고 묵상하고 새롭게 깨닫는 동안, 그 말씀으로 더 깨뜨려졌을 것입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때마다 우리는 점점 깨어집니다.

사람들을 통해 많은 비난과 핍박과 환난을 당함으로 깨뜨렸습니다.

사도 바울은 늘 주님이 함께 해 주시므로 위로해 주시고 역사해 주셨습니다. 주님께서 그를 통해 많은 기적과 치유와 놀라운 일들을 행하셨습니다. 그리고 많은 영혼을 구원하고 교회를 세우는 열매를 맺었습니다.

그렇지만 한 편으로는 사람들, 특히 유대인들을 통해 시련과 고난을 당했습니다. 사도 바울이 다메섹에서 유대인들에게 전도하니 유대인들은 그를 죽이려고 공모하고 밤낮 출입구인 성문을 지켰습니다. 다행히 사도 바울이 전한 복음을 받은 제자들이 밤에 바울을 광주리에 담아 성벽에서 달아 내려주었습니다(행9:23-25).

사도 바울은 루스드라에서 전도하다가, 유대인들이 돌로 치고 죽은 줄 알고 시외로 끌어다가 내치는 일도 있었습니다(행14:19).

사도 바울은 빌립보에서 복음을 전하고 소녀에게서 괴롭히는 귀신을 쫒아내 주자, 업자로 인해 붙잡히고, 옷을 벗기고, 매를 많이 맞고 감옥에 갇히게 되었습니다(행16장).

사도 바울은 고린도와 여러 지역에서 율법을 어기면서 하나님을 경외하라고 권하는 사람이라고 비난을 받았고, 법정에서 매를 많이 맞았습니다(행18장).

에베소에서는 자기들이 숭배하는 아데미 신을 무시한다고 핍박을 받았습니다(행19장).

그가 예루살렘에 가니, 아시아에 사는 유대인들이 멀리서 찾아와, 바울을 유대인들과 율법과 예루살렘을 비방하는 자라고 거짓 참소하여 죽이려했습니다. 뜻대로 되지 않자, 바울을 고발하여 감옥에 수감되어서 죄수로 재판을 받게 하였습니다(행22장-24장). 

그런데 그가 당한 박해와 어려움은 그를 힘들게 한 것으로 그치지 않았습니다. 다른 면에서는 하나님은 힘들게 하는 것들을 사용하여 그를 조금씩 더 깨뜨리셨습니다. 바울은 가장 큰 시험이라고도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바울이 살 소망이 끊어지는 큰 환난을 만남으로 깨어졌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가 아시아에서 당한 환난을 여러분이 알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힘에 겹게 너무 짓눌려서, 마침내 살 희망마저 잃은(을)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우리는 죽음을 선고받은 몸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렇게 된 것은, 우리 자신을 의지하지 않고 죽은 사람을 살리시는 하나님을 의지하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위험한 죽음의 고비에서 우리를 건져 주셨고, 지금도 건져 주십니다. 또 앞으로도 건져 주시리라는 희망을 우리는 하나님께 두었습니다”(고후1:8-10) 

사도 바울은 “이제 죽는가 보다, 여기까지 인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환난과 위험을 만났습니다. 그렇지만 죽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이 그 위경에서 건져주셨습니다.

후에 하나님께서 그렇게까지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도록 허용하신 의도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만을 의지하게 하시려는 의도였습니다. 이전에도 사도로서 상당히 주님을 의지하고 사역을 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하나님이 보시기에는 조금 더 의지해야 한다고 보신 것입니다.

그런데 사도인 바울을 깨뜨리기 위해 살 희망마저 잃을 지경까지 가게 하셨다는 것은 우리를 깊이 돌아보게 합니다. 최고의 영적 지도자인 바울을 그렇게 큰 환난을 통해 더 깨뜨리셨다면, 누구도 그러실 수 있을 것입니다.

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어떤 분이 이력서를 가지고 와서 내게 보여주셨습니다. 그 이력서 내용을 보니, 신학공부도 여러 곳에서 하였고, 사역도 그래도 오랫동안 하였습니다. 계속 젊어서부터 사역을 하는 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 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이력서에 하나 더 써 넣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그것은 “아직 다 안 깨짐”이라는 한 줄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살 소망까지 끊어진 적이 있습니까? 여러분은 다 깨지셨습니까? 우리의 겉 사람 안에서 사는 옛 스타일의 삶이 깨뜨려져야 합니다. 우리 겉 사람 안에 있는 자아, 자기 신뢰, 자기 고집, 이기심, 탐심, 질투, 원한, 적대감, 분노, 교만, 불신앙, 부정적인 생각 등등이 깨져야 합니다. 한 번에 되지 않으면 여러 번에 걸쳐서 깨뜨리실 것이고, 작은 것으로 깨뜨려지지 않으면 큰 것을 보내서 깨뜨리실 것입니다.

저도 요사이 과거 일을 돌아볼 때가 있습니다. 아가페와 저는 매우 어려운 일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을 통해 그 세찬 태풍 같은 일이 생겼습니다. 그 결과 어려움과 피해가 다가왔습니다. “어째, 나와 아가페에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하며 매우 힘들어 했고,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면에서 바라보게 된 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은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데, 그런 일들을 통해 나를 깨뜨리시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깨어질수록 많은 것을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제 생명도, 사명도, 물질도, 앞날도, 운명도---내려놓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내가 다 깨어졌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직 깨어져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기를 의지하지 않고, 온전히 하나님만 의지할 때까지 깨뜨리실 것입니다! 우리는 질그릇 안에 보화를 가진 자라고 말씀합니다(고후4:7). 깨어질수록 우리 안에 계신 보화이신 주님의 생명, 말씀이 나타나 더욱 예수님 닮은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