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오전예배설교(2023. 3. 12) 

주의 은혜는 우리로 용서받고 용서하게 한다

<마18:21-35>

김 태진 목사

지금 우리는 다른 사람에 대한 원한과 증오와 복수심으로 가득하며, 상대방을, 혹은 상대 단체, 또는 다른 나라를 원수같이 여기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보복하고, 싸우고, 죽이고 전쟁하는 경우도 많이 봅니다. 요즈음 안타깝게도 총기 난사 사건이 자주 일어납니다. 총기 사건들도 보복이나 원한과 관련이 많습니다. 그리고 테러 단체들이 어떤 원한을 가슴에 품고 보복하려는 단체들입니다. 개인적으로 도무지 용서하지 못하고 원한을 풀지 않고 사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오늘 주님께서 매우 명확하고 단호하게 말씀하시는 말씀은, 간단히 말해서, 먼저 ‘너희 죄를 용서 받아라’입니다. 만일 우리가 우리 죄를 용서받지 못하면 하나님과 멀어진 상태, 하나님과 관계가 끊어진 상태 그대로 살아가다가, 죄로 인해 심판받고 영원한 멸망에 이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복음을 듣고 그 복음으로 인해 죄 사함을 받았습니다.

그 다음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강하게 명령하시듯 말씀하시는 말씀은, 우리가 우리에게 죄를 짓거나 피해나 손해를 끼친 사람들을 용서하라고 말씀입니다. 다 중요하기 때문에 여러 차례 말씀하셨습니다.

주기도문에서도, 다른 사람을 용서하기 위한 기도를 매일 하라고 말씀합니다.

“우리가 우리 죄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마6:12)라고 기도하라고 하셨습니다. 이어서 더 단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가 사람의 잘못을 용서하면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도 너희 잘못을 용서하시려니와, 너희가 사람의 잘못을 용서하지 아니하면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 잘못을 용서하지 아니하시리라”(14-15)

그런데 작은 잘못, 실수, 죄는 용서하기 쉽지만, 더 큰 죄나 피해는 용서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행기나 열차 안의 통로를 지나갈 때, 지나가는 사람이 가방이나 다른 것으로 툭 치고 지나가거나 발을 밟고 지나갈 때, 그 사람이 곧 느끼고 돌아서서 “미안합니다”라고 사과하면, 쉽게 용서됩니다. 또 모르고 지나가는 것 같아, ‘아’ 소리를 내서 표현을 하면 그 때서 돌아보고 사과한다면, 그런 때에도 용서하기 쉽습니다. 그렇지만 ‘탁’ 치고도 그냥 휙 지나가 버리면, 불쾌하거나 미워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잘못이나 손해를 끼쳤거나, 상처를 주었을 때, 바로 용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가도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어 용서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주님께서 이것을 잘 아십니다. 그러나 ‘너희가 죄를 용서받았다면, 너희도 너희에게 죄를 지은 자를 용서해야 한다, 용서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보라’는 내용의 말씀을, ‘용서할 줄 모르는 종’의 비유로 말씀해 주셨습니다.  

자기 큰 빚을 탕감 받았으나, 작은 빚을 탕감해 주지 않은 종

이런 종이 있었습니다. 그 종은 주인에게 돈을 빌려서 사업을 했던 어떤 종이 약속된 기간이 다 끝나서 주인과 결산해 보니, 일만 달란트나 되는 돈을 빚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일만 달란트는 금 약 33,000kg입니다. 최근 시세로는 8조6천억입니다. 이런 계산은 조금밖에 유익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당시 금 일만 달란트는 상대적으로 지금보다 더 큰 가치의 금액이었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갚을 수 없는 너무 큰 금액’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이 종은 갚을 수 없는 빚을 주인에게 지었으나 갚을 능력이 절대 없었습니다. 결산 날에 그것을 보고 주인은 그 종에게 “자신 (몸)과 그 아내와 자녀들과 그 밖에 그가 가진 것을 모두 팔아서 갚으라”(25, 새 번역)고 명령했습니다. 당시에는 많이 그랬습니다. 사람 한 사람 당 많아야 1달란트, 일반적으로 1/10로 팔려갔습니다. 그래도 다 갚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 종은 그 주인 앞에 무릎을 꿇고, (싹싹 빌면서) “참아주십시오 다 갚겠습니다”(26)라고 애원했습니다. 그 주인은 불쌍히 여겨 그 종을 놓아주고 그 빚을 탕감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종이 주인의 집을 나가서 자기 집에 가다가, 자기에게 작은 액수인 백 데나리온 빚진 자를 만났습니다. 하루 일당의 백배의 금액입니다. 그러자 그 종은 측은하게 호소하던 얼굴 표정은 싹 가셨고, 눈을 부릅뜨고 백 데나리온 빚진 동료의 멱살을 잡고 “내게 빚진 것을 갚아라”(28)라고 소리쳤습니다. 그 동료는 “참아주게 내가 갚겠네”(29)라고 말했지만, 그 종은 매정하게 그 빚진 동료를 감옥에 집어넣고, 빚을 다 갚을 때까지 갇혀 있게 하였습니다(30).

다른 종들이 이 일을 주인에게 전했습니다. 주인은 매우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악한 종아, 네가 애원하기에, 나는 너에게 그 빚을 다 없애 주었다. 내가 너를 불쌍히 여긴 것처럼, 너도 네 동료를 불쌍히 여겼어야 할 것이니 아니냐?”(33).

주인은 노하여 그를 감옥 관리에게 넘겨주고, 빚진 것을 다 갚을 때까지 가두어 주게 하였습니다(34). 이 종이 다 갚을 수 있었겠습니까? 물론 다 갚을 수 없었기 때문에 그냥 감옥에 갇혀 고생하다가 죽었을 것입니다.

이 비유를 마치고 예수님께서 결론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너희가 각각 진심으로 자기 형제자매를 용서해 주지 않으면, 나의 하늘 아버지께서도 너희에게 그와 같이 하실 것이다”(35)

결국 우리는 우리에게 죄 지은 자, 피해와 상처를 지은 자들을 용서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용서하지 않은 사람이 감옥에 갇힌 사람처럼, 여러 가지 마음의 문제와 육체의 문제, 영적인 문제 등 여러 문제 속에 갇혀있어 평생 고통스럽게 살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올바른 용서가 의미하는 것이 아닌 것들

성경이 말하는 용서를 잘못 이해하고 있으면 우리가 용서하기가 더욱 힘들 것입니다. 여러 사람이 용서에 대하여 잘못 알고 있는 것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첫째, 용서는 다른 사람이 내게 범한 죄나 상처나 피해를 다 이해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다 이해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나--’라고 계속 생각할 수 있습니다.

둘째, 용서하면, 지금까지 받았던 힘든 것이 더 이상 있지 않고 없어지게 된다는 것도 아닙니다. 힘든 것이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셋째, 다른 사람의 죄나 학대를 계속 견뎌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넷째, 용서하면, 과거에 있었던 힘들었던 일들을 잊게 된다는 것도 아닙니다. 계속 기억에 남아 있어서 생각날 수 있습니다.

다섯째, 용서하면 과거의 아픔과 상처가 즉시 치유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더 시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여섯째 범죄를 당했어도 고발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강도, 사기 등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을 경찰 등에 고발 하여 처리해 달라고 부탁할 수 있습니다.

일곱 번째, 우리에게 피해를 끼친 사람을 이제부터 무턱대고 신뢰하라는 것도 아닙니다. 아직 믿을 만한 사람이 못되어도 그냥 용서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용서의 길입니까? 

올바른 용서의 길

1) 용서를 의지적으로 선택하는 것입니다.

아직 마음에는 분노와 상함이나 억울함이 있더라도, 하나님의 뜻이기에, 용서하기를 우리의 의지(will)로 선택(choice)하는 것입니다. 만일 나에게 잘못하거나 피해를 준 사람에 대한 나쁜 마음이 없어지고 용서하고 싶은 마음이나 감정이 들 때까지 기다린다면, 그런 시간은 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금 용서를 선택해야 합니다.

2) 그 사람이 빚을 갚으리라는 기대를 내려놓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비유에서는 죄를 빚(debt)으로 비유했습니다. 왜냐하면 누군가 나에게 죄를 지었고 상처와 피해를 주었다면, 그것은 빚과 같아서, 내게 갚아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에게 피해를 준 사람이 진심으로 사과를 하러 온다든지, 내가 받은 피해를 보상해 주는 것을 기대하지 않고 요구하지 않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진심으로 깨닫고 뉘우치지도 않았는데, 상대방이 보상해 주지 않았지만, 그냥 빚을 대가를 받지 않고 탕감해 주듯이 용서하라는 것입니다.

3) 우리가 하나님으로부터 무조건인 용서받았다는 것을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 앞에 죄지은 것, 실수한 것, 부끄러운 것들이 많았던 죄인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런 상태에 있을 때,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용서하시기 위해 하나 밖에 없는 예수님을 우리를 대신하여 죄(sin)가 되게 하시고, 그 죄로 인해 죽으시게 하시고, 대신 우리는 죄를 용서받아 의(righteousness)가 되게 하셨습니다. 그것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도 우리에게 죄 지은 다른 사람을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4) 완전한 용서에 이를 때까지 계속 기도하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용서하였고, 다 용서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만 된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저도 제게 피해를 준 사람이 여러 명 있습니다. “그 사람이 내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내가 지금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매우 아쉽게 생각할 때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 때마다 그 사람을 위하여 여러 번 용서의 기도를 했었습니다. 그러나 때로 갑자기 마음에 그 사람에 대한 응어리와 분노가 다시 올라올 때도 있었습니다. 그 때마다 ‘제 마음 더 깊은 곳 까지는 아직 용서가 덜 되었구나’ 하고 생각하고 더 진심으로 용서하는 기도를 더 하곤 합니다.

5) 주님의 도우심을 구하라.

용서는 기독교인들이 흔히 듣는 말입니다. 그러나 쉬운 것이 아닐 경우가 많습니다. 아니 불가능한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주님의 도우심이 필요합니다.

네덜란드인 코리텐 붐 여사의 이야기는 매우 좋은 실 예가 됩니다. 나치 독일에게 유럽 여러 국가가 점령당하고 있었습니다. 2차 대전 당시 독일 나치는 600만 명의 유대인들을 학살한 것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그 여사의 가족이 유대인을 숨겨주었다는 이유로 가족 모두 강제 수용소에서 오랜 기간 보내야 했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수년간 그 아픔을 회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렇지만 나치에 의해 가족을 잃고 재산을 잃은 수 많은 사람들이 증오와 적대감의 말을 높이고 아우성을 했습니다. 그러나 코리텐 붐 여사는 순회하면서 기독교인으로서 사랑과 용서를 외치며 다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남자가 다가와 인사를 하였습니다. 그는 코리텐 붐 여사가 수용소에 있을 때 가장 악랄하게 괴롭히던 그 사람이었습니다. 그녀도 그 수용소에서 무척 괴로움을 당했고, 수치스러운 일도 당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그를 보자 그녀는 몸과 마음이 얼어붙었습니다. 사랑과 용서를 외쳤지만, 정작 그 원수 같은 당사자가 나타나자, 그 자 만은 용서할 수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얼어붙은 것같이 되었습니다. 잠시 아무런 말도 못하다가 속으로 기도했습니다. “주님, 제가 용서해야 하지만, 용서할 수 없습니다. 주님, 도와주세요---”이렇게 기도하니 주님께서 자그마한 용서의 마음부터 주셨습니다. 그래서 악수를 했습니다. 그러고 나니, 그 마음에 진심으로 용서할 수 있는 마음까지 생겨서, 대화를 주고받게 되었고, 좋은 말을 그 남자에게 해주었다고 합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용서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니다. 용서할 마음과 힘을 주십니다. 그래서 남을 진심으로 용서하는 것이 어렵고 때로는 불가능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진심의 용서, 깊은 차원의 용서는 주님의 도우심으로 되기 때문에, 주님의 은혜입니다.

우리가 용서 받는 것, 또 우리가 용서하는 것, 모두 주님의 은혜로 됩니다!

이런 이야기를 읽어보았습니다.

미국의 어떤 부부에게 대학생 아들이 있었습니다. 그 아들은 이 따끔 아르바이트를 하였습니다. 그 아들은 크리스마스 연휴 때에도 여러 날 일하러 나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부부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아들이 교통사고가 나서 심각한 상태로 병원에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어떤 젊은이가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석하여 술을 마셔서 알콜 혈중 농도가 기준치의 3배인 상태에서 운전하다가, 실수하여 중앙선을 넘어갔습니다. 마주 오는 그 아들 차와 부딪쳐 그 아들 쪽이 심하게 다쳤다는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아들은 그 다음날 사망하였다고 합니다.

재판이 열렸는데, 법정에서 그 가해자 젊은이가 자기는 무죄라고 주장하는 소리를 듣고, 그 대학생 부모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재판이 2년이나 계속되었고, 그 젊은이는 좋은 변호사를 사서 재판을 유리하게 이끌었습니다. 결과적으로 2년 집행유예로 판결이 났습니다. 그 판결을 받고 그 부모는 그 젊은이를 죽여서 보복하고 싶도록 미웠습니다.

그렇지만 그 부모는 아픔 속에서도 그 아픔을 하나님 앞에 가져가며 하나님 앞에 계속 기도했습니다. 기도 중에 하늘에 계신 하나님 아버지도 죄 없는 아들을 죽게 하셨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또 하나님께서 그들을 용서하신 것처럼 그들도 그 젊은이를 용서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그 부모는 젊은이를 만나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대화해보니, 그 젊은이는 결손 가정에서 자랐고, 알코올 중독과 싸우고 있었습니다. 그에게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그 젊은이는 또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고 검문에 걸려서 가석방 조건을 위반한 것이 되어 감옥에 수감되었습니다. 그 부모는 감옥에 자주 찾아가서 면회하며 좋은 관계를 쌓았습니다. 그 젊은이가 석방되었어도 좋은 관계를 맺었고, 자신들의 교회로 인도하여 세례를 받게 하였습니다. 그 부모는 그 젊은이를 자식처럼 생각하고 지내며 함께 교회를 가고 밖에서 점심 식사도 한다고 합니다. 때로는 만나서 볼링을 치거나 하면서 좋은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자주 그 젊은이에게 전화를 걸어서 대화한다고 합니다.

용서를 넘어 화해(reconciliation)로 나아갔습니다. 우리에게도 화해가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