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오전예배설교(2023. 2. 26) 

주님의 은혜는 참된 자기 정체성을 갖게 한다

<요21:2-17>

김 태진 목사

“저는 예수님 믿고 정말 많이 변했습니다”라는 말을 많이 들을 수 있습니다. 믿음 생활을 하고부터 변화되었다’라는 말입니다. 예수님을 구세주로 믿고 하나님을 아버지로 알게 되는 순간부터 근본적으로 변화가 시작되고, 그 이후로도 계속 변화는 이루어집니다.

만일 예수님을 믿고 변화되는 것이 거의 없다면, 그것은 잘못 믿는 것이 아닌 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예수님을 믿고 변화되었고, 지금도 어느 정도 변화되고 있어야 정상적인 신앙인입니다. 물론 “어떤 점은 변화되었지만, 어떤 점은 아직 변화되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그 말도 사실입니다.

우리 주변에 예수님을 믿고 변화된 사람을 매우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 중에 저와 여러분도 그 중에 한 사람일 것입니다. 그리고 구약 시대, 신약 시대 그리고 그 이후로부터 지금까지,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변화되는 것을 너무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요한(John)의 변화

성경에는 하나님, 혹은 예수님을 믿고 변화된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이 요한입니다. 요한은 갈릴리 바다(호수)에서 크지 않은 배를 소유하고 고기잡이를 하는 세베대라는 사람의 두 아들 중 한 사람입니다. 요한은 그저 젊은 어부로 평생 그렇게 살아가야 할 것 같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예수님께서 그를 갈릴리 바다를 지나시다가 그를 주님의 제자(disciple)로 부르셨습니다(막1:19-20). 그는 그저 그런 어부였지만, 예수님을 배우고 따르는 제자로 변했습니다. 요한은 예수님의 12 제자들 중 다른 제자들보다 조금 더 가까운 세 제자인 베드로, 야고보, 요한 중 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요한은 원래 과격한 성격 때문에 “천둥(우뢰)의 아들”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습니다(막3:17). 눅9:53-55에 그 성격을 볼 수 있습니다. 사마리아 사람들이 예수님을 맞아들이지 않자, 요한과 야고보는 “주님, 하늘에서 불이 내려와 그들을 태워버리라고 우리가 명령하면 어떻겠습니까?’ 예수께서 돌아서서 그들을 꾸짖으셨다”(눅9:54,55). 

이렇게 성격이 다혈질적이며 과격한 젊은 이었지만, 그는 변했습니다. ‘사랑의 사도’라는 칭함을 받을 정도의 사람으로 변했습니다. 그렇게 변한 요한은 예수님으로부터 사랑의 새 계명을 듣고 요한복음에 기록했습니다(요13:34).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요13:34).

또 요한복음, 요한 1,2,3서에도 사랑의 관한 많은 말씀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상을 사랑하지 말고, 세상 안에 있는 육신의 정욕, 안목의 정욕이나 자랑하는 것을 좋아하지 말고, 하나님 아버지를 사랑하고, 주 예수님을 사랑하며, 서로 사랑하라’는 말씀입니다.

주님의 사랑이 변화시킨다

요한이 변화된 것은 그가 예수님을 만나고 부터입니다. 그는 제자가 되어 약 3년간 예수님과 함께 지내며 예수님이 하시는 말을 들었고, 예수님께서 하시는 놀라운 행동들과 일으시키는 기적들을 보았습니다.

주님께서 혼인잔치에 포도주가 떨어지자 물로 포도주로 변화시키는 기적을 행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요2장).

광야에서 기진한 회중들을 긍휼히 여기시며 그들을 위해 어린이의 작은 도시락 하나로 기적을 일으켜, 약 2만 명을 먹이시고, 12광주리를 남게 하신 일을 보았습니다(요6장).

죽은 지 나흘이나 지나서 썩어가는 냄새가 나는 그가 평소에 사랑하던 형제 나사로를 살리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요11장).

또 하늘에서 하나님과 함께 계셨던 예수님께서, 죄인 된 사람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이 땅에 인간의 몸을 입고 오셔서 온 세상의 구주가 되신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요1장).

예수님께서 과거에 남편이 다섯 명이 있었고, 여섯 번째 남자와 함께 살고 있는 소외된 여인을 깊은 사랑 가운데 만나주셨고, 그를 변화시키는 장면도 보았습니다(4장).

현장에서 간음하다가 붙잡혀서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에게 참소를 당하고 있는 여인에 대하여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가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요8:11)하셨고, 그녀를 혹독하게 참소하는 자들을 돌려보내는 장면도 보았습니다(요8장).

주님께서 그런 여인도 무조건 배척하지 않는 사랑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친히 대야에 물을 받아가지고 수건을 두르시고 돌아가며 발을 씻어주시는 모습을 보고 감동하였을 것입니다(요13장).

그리고 예수님과 함께 지내면서 예수님을 더 믿고 신뢰하며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주님과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 변화된 요한

요한은 예수님과 가까이 지내면서 제자 중 가장 친밀한 관계를 누릴 만큼 변화되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바로 오른 쪽에서 비스듬히 예수님의 품에 의지하여 누워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예수의 제자 중 하나 곧 그가 사랑하시는 자가 예수의 품에 의지하여 누웠는지라”(요13:23).

예수님께서 비밀스런 일을 먼저 가르쳐 주는 가까운 제자였습니다.  

요한은 늦게나마 예수님의 십자가 바로 밑까지 따라 갔던 유일한 남성 제자입니다. 주님을 진정으로 사랑하였기 때문에 그 위험을 무릅쓸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그를 사랑하고 신뢰하였기 때문에 그에게 자신의 육신의 모친을 부탁하셨습니다(요19:25-27).

요한은 막달라 마리아를 통해 예수님의 시신이 없어졌다는 소식을 전해 듣자, 안식 후 첫날 일찍이 베드로와 함께 가장 먼저 뛰어간 제자입니다. 그 만큼 주님을 사랑하는 제자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활을 가장 먼저 목격한 사람 중 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빈 무덤에 놀란 막달라 마리아가 베드로와 요한에게 그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 때, 요한은 자신을 가리켜 “예수께서 사랑하시던 그 제자”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요20:1,2).

중요한 것은, 그가 자신에 대하여 가진 정체성이 ‘예수께서 사랑하시던 그 제자’라고 스스럼없이 표현할 만큼 새롭게 변한 것입니다.  

예수님에 대한 사랑이 폭발하다

그런데 요한이 예수님에 대한 사랑이 온전히 터져 나온 계기가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고난 받으시고 십자가에 죽으실 때, 제자들은 다 예수님을 버리고 도망하였습니다(마26:56). 그 이후 제자들은 본인에게 화가 있을까봐 멀찌감치 예수님을 따라 갔었습니다. 그러다가 베드로는 예수님을 세 번 부인하고, 세 번째에는 예수님을 저주하며 부인했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행동을 한 자신들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답지 못했다고 안타깝게 후회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는 주님을 만나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예수님이 그들에게 매우 실망하셨고, 주님께서 멀어져 가셨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입니다. 물론 자기 자신들에게 더욱 실망했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이전에 직업이었던 고기 잡는 일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부활하시고 다시 고기 잡는 일로 돌아간 그의 제자들을 찾아갔습니다. 그 때의 일을 기록한 요한은 그 대목에서 또 자기 스스로를 ‘예수께서 사랑하시는 자’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나타나신 예수님을 가장 먼저 본 사람이 요한이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요한도 자기 자신에 대하여 실망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음을 표현한 것입니다.

“예수께서 사랑하시는 그 제자가 베드로에게 이르되, ‘주님이시라’ 하니, 시몬 베드로가 벗고 있다가 ‘주님이라’하는 말을 듣고 겉옷을 두른 후에 바다로 뛰어 내리더라”(요21:7).

많은 그리스도인의 마음 상태와 같습니다. 자신의 모습과 사는 모습이 하나님께 송구스럽고, 스스로 보기에도 많이 실망하여 가라앉아 있는 것 같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달리 생각하셨습니다. 심하게 흔들려 두려워 도망했던 그들에 대한 사랑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주님께 신실하지 못하고 나약했던 그들을 다시 품어주셨습니다. 그래서 요한을 포함한 제자들 모두를 버리지 않으시고, 용서하시고, 받아주시고 다시 회복시켜 주셨습니다.

특히 예수님을 3번 부인했던 베드로에게는 세 번이나 예수님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게 하셨습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모습에 요한과 그 제자들 안에 아직 없어지지 않았지만 가라앉아 있었고 눌려있던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솟아오르고 터져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요한은 자신에 대하여 더욱 확실하게 “주님이 사랑하시는 자”라는 분명한 자아상, 자기 정체성을 가졌을 것입니다.

저도 하나님에 대한 사랑이 크게 터져 나올 때가 두 번 있었습니다.

처음 큰 은혜를 받을 때는 제가 매우 어려운 상태에 있었을 때였습니다. 당시 그럴 가치가 없는 저 같은 사람도 사랑하시고 큰 은혜를 부어주신 하나님의 사랑이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고 넓고 깊다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 아버지, 사랑합니다”라고 수 없이 외치고 찬송하였습니다.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수 년 후 새로운 은혜를 주실 때에도 어려운 때였습니다. 특히 하나님의 뜻대로 온전히 살지 못하는, 그렇게 되지 못하는 제 자신에 대하여 매우 실망했던 때였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런 때에 주님께서 저에게 또 다른 크신 은혜를 부으셨습니다. 주님께서 마치 신랑이 신부를 사랑하듯 저를 사랑하시는 신랑이신 주님의 사랑을 저의 마음에 부어주셨습니다. 역시 이해할 수 없는 주님의 사랑을 받았기에 “주님, 사랑합니다. 온 맘과 정성과 뜻과 힘을 다해 사랑합니다”라고 고백하고 찬양하였습니다. 정말 주님의 은혜입니다.

그래서 저의 정체성도 부족하지만 ‘주님이 사랑하는 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자기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실패자, 가진 것이 없는 자, 희망이 없는 자, 무능한 자, 죄인, 남들이 인정하지 않는 자, 못 생긴 사람, 사랑받지 못하는 자--- 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거짓입니다.

우리 믿는 자에 대한 참된 진리, 참된 실상은, ‘주님이 사랑하시는 자’입니다. 주님께서 우리의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직분이 높아지면, 믿음이 더욱 성장되고 성숙하면, 무엇인가 크게 성공하면, 크게 인정받으면, 하나님께서 더 사랑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의 현재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십니다. 이 사실을 믿고 살아간다면, 계속 주님의 사랑 안에 살아가고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있는 모습 그대로 주님 앞에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 가리고 숨기고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의인인척, 거룩한 척 해서도 안 됩니다.

높은 사람, 거룩한 사람, 오래 믿는 성숙한 사람 등등도 아닙니다. 그저 하나님 앞에 어린 아이 같은 모습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하나님 아버지 앞에 기도하실 때 “아바(아빠) 아버지” 라고 부르시며 기도하셨습니다. 우리도 하나님 아버지를 “하늘에 계신 아버지(아바)여”라고 부르며 기도하라고 가르쳐 주셨습니다(마6:9). 

어떤 성도분이 기도하다가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라”라고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그 성도님은 “그 구절은 마3:17에 나오는 하나님께서 예수님께 하신 말씀인 것을 나는 잘 알지”라고 흘려보냈습니다. 그러나 그 구절이 마음에서 계속 여러 번 떠올랐습니다. 한참 후 그 성도님은 그 구절이 나에게도 하나님께서 하시는 말씀으로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눈물을 흘리며 감사의 기도, 하나님께 사랑을 고백하는 기도를 하였다고 합니다.

어떤 은퇴한 사역자가 80세 생일을 맞이하였습니다. 가족들이 생일잔치에 참여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분의 얼굴이 너무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의 자녀 중 하나가 물었습니다. 요사이 무슨 좋은 일이 있으세요? 그 이유를 물었더니, 그 나이 드신 사역자가 대답하기를 “아버지(아바)가 나를 사랑하신단다” 

우리의 정체성은 항상 ‘주님(아바)의 사랑받는 자’입니다! 이는 주님의 은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