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낮예배설교(2019. 6. 30)

요한복음 강해(62)- 불의한 재판과 예수님

<요18:19-38>

김 태진 목사

이 세상의 불의한 재판들과 재판부

과거에 저를 포함한 순진한 사람들은, 판사, 검사, 변호사님들은, 공부를 아주 잘하는 사람들이 매우 어려운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을 나와서, 재판하는 일들을 공정히 하는 분들로 알았습니다. 그 분들은 학식이 뛰어나 그들이 하는 재판은 옳고 정확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재판을 받는데, ‘돈이 있으면 죄가 없게 판결되기도 하고, 돈이 없으면 죄가 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수년전 미국의 오제이 심슨(O.J. Simpson) 사건은 전 세계적인 이목을 끈 재판이었습니다. 그는 아메리칸 풋볼 스타로서 큰 돈을 벌었습니다. 그가 자기 아내를 집에서 처참하게 살해한 것으로 거의 모든 사람이 추정됩니다. 평소에도 다툼이 많았고, 폭력을 썼다고 합니다. 심슨은 미국에서 가장 화려하고 비싼 변호인단을 구성했습니다. 재판 결과는 무죄였습니다. 이유는 심슨이 죽였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심슨이 죽였다는 것을 마음(심증)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결과는 무죄로 판결되어서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공정한 재판과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많이 떨어뜨렸습니다.

얼마 전 우리나라의 어떤 사람이 간첩죄로 오랜 기간 복역하고 나왔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잘못된 판결이라고 판결이 뒤집혔습니다. 수사기관에서 간첩으로 조작했다는 것입니다. 그 사람은 억울하게 간첩의 누명을 쓰고 상당기간을 힘들게 살았습니다. 그리고 판결이 뒤집히자 매우 큰 액수의 배상을 국가가 하도록 판결을 받았습니다.

저는 몇 가지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 돈으로 그 사람의 젊은 시절의 인생이 보상 받을 것인가? 판결은 판사가 잘못해 놓고, 막대한 돈을 국가가 배상해야 하는가? 지금 다시 한 판결도 의심스러운 면은 없는가?---

얼마 전부터 법원의 수장이라는 전 대법원장(양승태)이 지난 1월 24일 구속되어 구치소에 수감된 채로 후배 검사, 판사로부터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이 보도되고 있습니다. 사법농단의 주역이라는 죄명입니다. 청와대와도 물밑 교섭을 하여 영향을 받았고,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는 것입니다. 검찰을 압박하기도 했고, 재판에 영향을 끼치고, 결과적으로 공정한 재판이 되지 못하게 농단했다는 것입니다.

김 학의 전법무부 차관이 수 십 명의 지도층 인사와 함께 성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다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벌써 여러 차례 받았습니다. 과거에 여러 가지 혐의가 있는 것도 같은데 무협의 처리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 전에 했던 판결이 잘못되었으니 다시 하겠다는 것입니다. 일반인은 사법부가 돌아가는 이상한 모습에 의아하게 됩니다.

일반 국민들은 그래도 사법부는 공정하고 정의로우며 바르게 가고 있다고 생각하였으나, 그렇지 않다는 것이 자꾸 드러나니까 당황스러운 것입니다.

예수님에 대한 잘못된 심문

그런데 오늘 본문을 자세히 보니, 놀랍게도 예수님께서 재판을 받으시는 장면을 보게 되고, 더 자세히 살펴보니 그 재판이 매우 잘못된 (불의한) 재판이라는데 놀라게 됩니다.

예수님은 군대와 천부장과 유대인의 아랫사람에 의해 대제사장 안나스에게로 끌려왔습니다(요18:12). 안나스는 원래 대제사장이었으나, 현직 대제사장은 아니었습니다. 원래 대제사장은 종신직이었지만, 로마에 의해 물러나게 되었고, 그래도 현직 대제사장의 장인으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기에, 사람들은 대제사장으로 부르고 있었습니다.

그는 “유대인들에게 ‘한 사람이 백성을 위하여 죽는 것이 유익하다’라고 권고하던”(14) 사람이었습니다. 안나스는 종교 지도자 모임인 산헤드린 공의회에서,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니, 필경 로마는 이스라엘이 반역할 것이라는 오해를 하고, 이스라엘을 공격할 것이라는 우려가 되니, 예수님을 죽이는 것이 모두에게 유익하다’고 말했던 것입니다.  

안나스 대제사장은 예수님에게 그의 제자들과 그의 교훈에 대하여 물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에 대하여 물은 것은 제자들의 숫자, 성향, 그리고 제자들을 불러 모으는 이유 등에 관한 것을 묻고, 혹시 예수님이 이들을 규합하여 무력 혁명을 일으키려고 하는지 알아본 것입니다.

또 예수님의 교훈에 대하여 물은 것은, 혹시 예수님의 가르침에서 구약 성경과 상반되는 잘못된 교리를 가르치지 않는지 알아내어 정죄하려는 의도가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나는 드러내 놓고 세상에 말하였소. 나는 언제나 모든 유대 사람이 모이는 회당과 성전에서 가르쳤으며 아무것도 숨어서 말한 것이 없소. 그런데 어찌하여 나에게 묻소? 내가 무슨 말을 하였는지를, 들은 사람들에게 물어보시오”(20-21)

예수께서 이 말씀을 하자 경비병 한 명이 “대제사장에게 그게 무슨 대답이냐?”(22)하면서 손바닥으로 예수님을 때렸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한 말에 잘못이 있으면, 잘못되었다는 증거를 대시오. 그러나 내가 한 말이 옳다면, 어찌하여 나를 때리시오?”

그러자 안나스는 예수님을 묶은 그대로 대제사장 가야바에게로 보냈습니다. 원래 안나스의 심문은 예비 성격에 가까웠었습니다. 그가 원하는 정죄하려는 의도가 이루어지지 않자 가야바에게로 보냈습니다. 이 재판이 여러 가지 면에서 잘못되었다는 것을 지적합니다.

1) 죄인인 안나스가 심판관이 되어, 죄가 하나도 없고, 죄를 알지도 못하신 예수님을(고후5:21) 종교적 재판을 하였다는 것입니다.

2) 원래 이 재판은 미리 정해진 결론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예수님은 사형되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18:14). 그 결론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요사이도 일부 사법부의 판결이 잘못되었다는 주장을 하는 이유는, 그 판결을 미리 정해놓고 ‘짜 맞추기’ 재판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잘못된 불의한 재판입니다.

3) 유대인의 율법에는 고소당한 사람에게 스스로 죄를 자백하도록 유도하는 일이 불법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피고가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도록 강요받아서는 안 됩니다. 다만 증인들의 증언이나 구체적인 물증의 객관성과 타당성에 의해서만 유죄를 선언할 수 있었습니다.

안나스가 예수님을 직접 심문함으로써 심리를 시작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안나스에게 되물음으로써 그의 부당함을 비난하신 것입니다.

4) 정죄 이전에 죄수를 때리는 것은 위법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죄를 입증할 만한 증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아직 정죄되지 않은 예수님을 때린 것은 위법이었습니다. 뒤에 또 나옵니다.

빌라도 앞에선 예수님

예수님은 정식 대제사장 가야바에게로 끌려갔습니다. 그리고 다시 총독 본디오 빌라도 관정으로 끌고 갔습니다. 다른 복음서에는 예수님은 빌라도 앞에 끌려가기 전에 산헤드린 공의회로 끌려가서 신성모독죄라는 죄명을 뒤집어쓰고 사형선고를 받았습니다(마26:57-66; 막14:53-64; 눅22:66-71). 그렇지만 로마의 식민 통치를 받던 이스라엘은 사형을 집행하는 권한이 없었기에, 새벽 일찍 빌라도 총독의 법정에 세운 것이었습니다. 또 그들의 불법을 보게 됩니다.

5) 예수님을 밤에 심문한 것이 불법이었습니다. 또 심문한 당일에 판결을 내린 것이 불법이었습니다.

빌라도는 밖으로 나가서 그들에게 “너희가 무슨 일로 이 사람을 고발하느냐”(29)라고 물었습니다. 유대인들은 “이 사람이 행악자가 아니었더라면 우리가 당신에게 넘기지 아니하였겠나이다”(30) 예수님을 ‘행악자’로 고발하여 넘긴 것입니다. ‘행악자’(카폰 포이온)란 ‘심성이 악하고 인격이 삐뚤어진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거짓으로 행악자로 고발했으니 위법입니다.

6) 사실 그들은 예수님을 신성 모독죄로 죽이려고 하면서, 로마 총독에게는 행악자로 거짓으로 고발하였습니다. 신성모독죄라면 로마법으로도 죽이지 못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역시 잘못된 고발입니다. 결과적으로는 이 고발로 인하여 죽게 되었으니 잘못된 재판입니다.

빌라도는 피하고 싶었습니다. “그를 데려다가 너희의 법대로 재판하라”(31)고 하였습니다. 유대인들은 “우리에게는 사람을 죽일 권한이 없나이다”(31)라고 대답하며 밀어 붙였습니다.

빌라도 보고서

빌라도가 예수님을 만났을 때,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대하였는가 하는 것이 빌라도의 보고서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빌라도의 보고서는 그가 로마황제에게 쓴 법정공문서입니다. 50매로되어 있습니다. 현재 터기 성소피아 사원에 보관 중입니다. 그 중에 일부를 소개합니다.

“---제 귀에 들려온 여러 가지 소문 중에 특별히 제 주의를 집중시킨 사건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그것은 한 젊은 청년이(예수님) 갈릴리 지방에 나타나 그를 보내신 하나님의 이름으로 새로운 법을 고귀한 열정으로 가르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

나사렛 예수는 유대인보다는 로마인에게 더 친근하게 말을 하였습니다. 어느 날 저는 큰 군중이 모여 있는 실로라는 곳을 지나다가 군중에 둘러싸인 한 젊은이가 나무에 기대어 선 채로 군중을 향하여 조용하게 연설하고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그가 예수라고 알려주었습니다. --- 그는 약 30세 가량으로 보였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그렇게도 마음을 끄는 평온한 얼굴을 본 적이 결코 없었습니다. 제가 온 것이 예수에게 방해가 되게 하지 않으려고 저는 계속 걸었으나 제 부관에게는 군중 속으로 들어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라고 했습니다. ---제가 읽어본 어떤 철학자의 작품에서도 예수의 말에 비교될 만한 것은 읽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예수 자신도 모르게 보호의 손길을 그에게 뻗쳐주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로는 우리 조상의 종교는 예수의 종교로 대치될 것이며, 이 숭고한 종교는 로마 제국을 허망하게 붕괴시킬 것입니다.

그 사람(예수님)이 모습을 나타냈을 때, 저는 접견실에서 거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제 다리는 쇳덩이로 된 손으로 대리석 바닥에 붙여 놓은 것처럼 꼼짝할 수 없었습니다. 그 나사렛 젊은이는 조용히 서 있는데, 저는 마치 형사범처럼 사지를 떨고 있었던 것입니다. ---한참 동안 저는 이 비범한 사람을 존경과 두려움으로 응시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너무나 두렵고 떨려서 그에게 접근할 수가 없었습니다.

“땅의 군주여” 하고 예수가 입을 열었습니다. “나는 이 세상에 전쟁을 일으키려고 온 것이 아니라 평화와 사랑과 자비를 주려고 왔습니다. 나는 가이사 아구스도가 로마 세계에 평화를 주던 바로 그 날에 태어났습니다. 핍박은 나에게서 오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다른 사람으로부터의 핍박을 예상하고 있으며 나에게 길을 보여주신 내 아버지의 뜻에 순종하여 그 핍박을 잘 감수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대의 세상적인 사려분별과 지각을 삼가십시오. 성막에 희생 제물을 잡아놓는 것은 그대의 권한이 아닙니다”. 이와 같은 말을 한 후 그는 투명한 영혼처럼 접견실 휘장 뒤로 사라졌습니다. 저는 그 젊은이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던 중압감에 해방되어 안도의 한 숨을 쉬었습니다. --- 

빌라도의 재판

빌라도는 예수님을 관정으로 불러 질문했습니다. “당신이 유대 사람들의 왕이오?”(33)

예수님께서 대답하셨습니다. “당신이 하는 말은 당신 생각에서 나온 말이오? 그렇지 않으면, 나에 관하여 다른 사람들이 말하여 준 것이오?”(34)

빌라도가 대답합니다. “내가 유대 사람이란 말이오? 당신의 동족과 대제사장들이 당신을 나에게 넘겨주었소. 당신은 무슨 일을 하였소?”(35)

예수님께서 대답하셨습니다.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오. 내 나라가 이 세상에 속한 것이라면, 나의 부하들이 싸워서, 나를 유대사람들의 손에 넘어가지 않게 하였을 것이오. 그러나 사실로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오”(36)

빌라도가 예수님께 물었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왕이오?”

예수님께서 대답하셨습니다. “당신이 말한 대로 나는 왕이오. 나는 진리를 증언하기 위하여 세상에 태어났으며, 진리를 증언하기 위하여 세상에 왔소.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가 하는 말을 듣소”(37)

빌라도는 묻습니다. “진리가 무엇이오?”(38)

그러고는 빌라도는 밖으로 나가 유대인들에게 “나는 그에게서 아무 죄도 찾지 못하였소. 유월절에는 내가 여러분에게 죄수 한 명을 놓아주는 관례가 있소. 그러니 유대인의 왕을 놓아주는 것이 어떻겠소?”(39) 유대인들은 큰 소리로 “그 사람이 아니오. 바라바를 놓아주시오”(40)라고 외쳤습니다. 안타깝게도 빌라도는 자기 마음속의 진리의 소리를 따르지 않고, 대중의 소리를 따랐습니다. 그는 진리를 만났지만 따르지 않았습니다. 

이 악한 세상에서도 이루어지는 하나님의 섭리

그래서 예수님은 빌라도를 통해서 죽게 되셨습니다. 예수님의 죽음은 유대인의 사형으로 죽으셨다면, 돌로 쳐 죽으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로마법의 사형체제로 죽으셨기에 십자가에 못 박히셨습니다. 이러한 죽음은 이미 예수님이 예언하신 바가 있었습니다(마20:19).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든 것같이 인자도 들려야 하리니”(요3:14)라고 예고하셨습니다.

그래서 18:32절에 “이는 예수께서 자기가 어떠한 죽음으로 죽을 것을 가리켜 하신 말씀을 응하게 하려 함이러라”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나무에 달려 돌아가신 것은, 바로 우리를 대신하여 저주를 받으신 것입니다(갈3:13). “나무에 달린 자는 하나님께 저주를 받았음이라”(신21:23)라는 구약 말씀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제사장, 바리새인들이 중심이 되어 유대인들은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주장한다며, 신성 모독죄로 사형에 처하도록 결의하였습니다. 실제 사형은 로마 총독 본디오 빌라도에 의해 십자가 나무틀에서 행하여졌습니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은 하나님의 섭리 하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악한 자는 악한 역을 맡게 하였습니다. 예수님은 이들에 의해 사형에 처해졌지만, 예수님께서 죽으시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인류의 구속을 이루기 위함이었습니다. 예수님은 미리 아시고, 순종하여 십자가의 죽음의 잔을 받으셨습니다.

우리도 이 악한 세상에서 불의하고 악한 체제 하에 살고 있고, 불의한 사람들 속에서 살고 있지만, 불의한 일을 많이 보고, 많이 경험하며 살고, 억울한 일, 가슴 치는 일들, 심지어 불의한 재판을 받는 일이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도 그러하셨습니다. 이 세상이 임금이 사단, 마귀이기 때문입니다(요12:31). 또 이 세상은 악한 자(사단)아래 처해 있기 때문입니다(요일5:19)

그렇지만 오늘 이 본문을 보면서, 우리가 그런 가운데 그런 일도 겪고 살지만, 예수님처럼 하나님의 뜻을 이루며 살며, 하나님의 뜻을 다 이루고 이 세상을 마치게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게 됩니다. 그러면 진정한 승리자입니다! 그러한 복된 분들이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