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강해(46)- 위대한 역설

<요12:23-26>

김 태진 목사 

역설

‘역설(逆說)’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영어로는 ‘파라독스’(paradox)라고 합니다. 요사이는 역설이라는 한문을 사용하기 보다는 ‘파라독스’라는 영어 단어를 그대로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역설이라는 말의 문자적 뜻은 ‘거꾸로 말하다’입니다. 사전에는 “일반적으로 옳다고 생각되는 것에 반대되는 표현을 말하며, 논리적으로 자기모순에 빠져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진리에 도달하기 위한 암시적인 표현이다”(다음백과)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더 쉽고 짧게는 “논리적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을 일부러 거꾸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중학생을 위한 국어 용어 사전)

우리가 많이 들어 잘 아는 역설 가운데는,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둘 이서 “내가 옳다”, “아니, 내가 옳다”하고 크게 싸워 보았자 서로 피해가 되니, 져 주는 것 같이 물러나는 것이 오히려 더 유리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또 “급할수록 돌아가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시간적으로 급하다고 빠른 길을 택하여 가려고만 애쓴다면 오히려 손해가 될 수 있다는 말일 것입니다.

또 “위기는 기회이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위기는 곧 실패와 끝장나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만은 아니고, 오히려 어떤 이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 중에 위기의 때에 다시 기회를 잡고 일어난 사람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저와 여러분도 인생의 위기, 신앙의 위기, 재정이나 사업의 위기에서 다시 기회를 잡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이 역설, 파라독스로 진리를 말하시고, 또 삶으로 보여주신 분이 있습니다. 그 분이 바로 예수님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고자 하는 진리는 역설로 말씀하심으로 더 강력하게 전달하셨습니다.

이 본문에서 예수님의 역설적 진리는 세 부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첫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이는 자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진리입니다. 밀, 혹은 볍씨 한 알이 그냥 자루나 통에 담겨 있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 한 알의 밀알은 얼마 되지 않아서 벌레가 먹든지, 부패해질 것입니다. 그래서 곧 쓰레기 처리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지면, 흙으로 덮여서 그 무게가 누를 것입니다. 캄캄할 것입니다. 수분이 들어오고, 흙 안에 있는 미생물들이 달려들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얼마 있다가 그 한 알의 밀알은 껍질이 벗겨지고 죽은 것 같이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 한 알의 밀알은 껍질이 벗겨졌기에, 그 안에 있는 영양분으로 인해 새 생명이 자라나게 됩니다. 그 싹이 자라나서 올라가, 흙을 뚫고 계속 올라가서 떡잎이 됩니다. 그리고 계속 자라가서 줄기가 되고, 계속 여러 잎이 줄기에서 뻗어나고, 드디어 또 다른 밀알을 열매 맺는데, 그 밀알 열매는 한 알이 아니라, 수 십, 수 백 개의 밀알이 됩니다.

이런 것처럼, 우리가 죽으면, 수 십배, 수 백 배의 열매를 맺게 된다는 역설적 진리입니다.  

예수님은 이 말씀을 하시고 나서 며칠 후에 십자가에서 죽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우리의 죄가 다 용서되었습니다. 또 우리와 하나님과 사이에 가로막혀 있던 두꺼운 휘장이 위로부터 아래로 찢어져, 우리는 언제든지 하나님의 지성소 앞에 나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하나님의 생명, 곧 영생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 땅에서 하나님의 생명은 오직 예수님만 가지고 계셨습니다. 이제 십자가에서 죽으신 예수님을 믿는 모든 자에게 생명이 주어집니다. 이 시점에만 해도 21억 4천 만 명의 그리스도인들이라는 열매가 있습니다. 매일 매일 수 만 명씩 세계 곳곳에서 구원받고 영생을 얻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한 알의 밀알이 떨어져 죽어서 많은 열매를 맺듯이, 죽으셔서 수 많은 열매를 맺고 있습니다.

우리도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한국에서 최초로 순교를 당한 토마스 선교사이야기는 매우 감동적입니다. 그는 영국 하노버 교회에서 젊은 나이에 목사 안수를 받고, 먼저 중국 상해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 곳에서 그의 젊은 아내가 열악한 환경에 사망했습니다. 또 런던 선교회 상해주재 책임자와 불화도 있게 되어서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는 스코틀랜드 성서공회의 윌리암슨 선교사를 만나, 그를 도우며 선교의 일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는 중국 지푸에 있으면서 한국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 한국어를 배웠습니다. 그래서 1865년 9월 13일 한국 황해도로 선교를 왔습니다. 2개월 반 동안 백령도 주변 섬과 해안가를 돌면서 복음을 전하였고, 서울을 향해 떠났지만 태풍을 만나 겨우 목숨만을 건지고 중국 만주를 거쳐 북경에서 사역했습니다.

미국 소속 제너럴 셔먼호가 한국으로 간다는 소식을 듣고, 토마스 선교사는 오래 꿈꾸던 땅 조선에 다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이 배는 선장의 발포 사건으로 양국이 팽팽한 긴장감 속에 머물러 있다가 대동강 모래사장에 좌초되었습니다. 조선군의 화공이 시작되었고, 배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내리자마자 모두 잡히고 결박되고 타살되었습니다. 토마스 선교사도 27세의 나이에 대동강 모레사장에 피를 토하며 죽었습니다. 너무 젊은 나이에 선교 활동도 제대로 못하고 아까운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토마스 선교사를 처형하다가 성경책을 받았던 박 춘권은 수년 후 마펫 선교사를 찾아가 전도자가 되었고, 최 치량이라는 사람은, 종이가 귀한 시대에, 성경책을 사서 여관도배를 하였는데, 그 여관에 투숙한 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믿게 되었습니다.

또 제너럴 셔먼호가 미국 상선이었기 때문에, 미국은 이 배의 행방을 추적하면서 조선을 설득하여 결국 1882년 한미 수호조약을 체결하게 되었고, 그 일을 계기로 각 미국 교단의 선교사 파견으로 연결되었습니다. 그의 순교 이후 대원군의 쇄국 정책은 끝이 났고, 19년이 지난 후에 언더우두 아펜젤러 선교사가 이 땅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한 젊은 선교사의 죽음이 많은 열매를 맺게 되었습니다. 초대교회의 교부 터툴리안은 이렇게 말했었습니다. “순교자의 피는 교회의 기초석이 된다”라는 말대로 되었습니다.  

둘째는 자기 목숨을 미워하여 버리면 영원히 보존되리라.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자기의 생명을 사랑하는 자는 잃어버릴 것이요, 이 세상에서 자기 생명을 미워하는 자는 영생하도록 보존하리라”(25)

디모데 후서 3장 1절부터 “너는 이것을 알라 말세에 고통하는 때가 이르러”(1)

고통하는 때가 되는 이유는 “사람들이 자기를 사랑하며, 돈을 사랑하며, 자랑하며, 교만하며, 비방하며----”라고 하였습니다. 더 많은 이유들이 있지만, 이 앞에 나오는 다섯 가지만 보아도 명백합니다. 그리고 매우 고통스럽습니다.

여기 저기서 순전히 ‘자기’(self)를 사랑합니다. ‘자기’를 사랑하는 이유로 살고, 공부하고, 먹고, 마시고, 만나고, 일합니다. 이 ‘자기’를 사랑하는 ‘자기’가 문제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돈을 사랑합니다. 온통 돈 벌려는 것이 가장 중요하게 된 사람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또 자랑합니다. 그리고 교만합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닙니까?

사람들은 자기 생명을 사랑합니다. 자기를 보호하려고 합니다. 몸을 보호하고 건강을 지키려 하고, 고생하지 않고 평안하게 살려합니다. 물질을 많이 쌓아 놓으려하고, 비축해 놓으려하는 것도 자기 생명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이 예수님이 말씀하신 ‘어리석은 부자’같이 되고 있습니다(눅12:16-21).

이 어리석은 부자는 자기 밭에서 소출을 많이 거두게 되었습니다. 그가 생각하기를 “내 소출을 쌓아둘 곳이 없으니, 어떻게 할까?”하고 궁리했습니다. 생각한 결과 ‘곡간을 만들어 거기에 쌓아 두리라’고 생각해 냈고 그대로 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말했습니다. “내 영혼아 여러 해 동안 쓸 많은 물질을 쌓아 두었으니, 너는 마음 놓고 먹고 마시고 즐기자”(19)

그러나 하나님께서 이 사람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어리석은 사람아, 오늘밤에 네 영혼을 네게서 도로 찾을 것이다. 그러면 네가 장만한 것이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20)

“자기를 위해서는 재물을 쌓아두면서도, 하나님께 대하여 부요하지 못한 사람은 이와 같다”(21)

저는 여러분이 돈 많이 버는 것, 여러분이 부자 되는 것을 반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여러분이 더 부유해 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부자가 되더라도 ‘어리석은 부자’가 되지 마시고, ‘지혜로운 부자’가 되시기 바랍니다.

요한 웨슬리 목사님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새겨들을 만합니다. 목사님이 설교 하실 때 “여러분은 할 수 있으면 돈을 많이 버십시오” 청중들이 “아멘”했습니다. 또 “(불필요하게 낭비하지 말고)할 수 있으면 많이 저축해 두십시오” 그러자 청중들이 다시 “아멘”했습니다.

목사님의 세 번째 말씀은 “그리고 할 수 있는 대로 많이 베풀어 주십시오” 그러자 청중들이 ----잠잠했다고 합니다.

선한 일, 귀한 일에 쓰기 위해 많이 버는 사람들 되십시다.

모두가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이 되십시다. 잘 자라고 풍성히 나무 잎과 열매를 맺어서 아낌없이 주는 나무같이 되시기 바랍니다.

작은 것부터, 할 수 있는 것부터 하게 되시기 바랍니다. 예를 들어, 필요한 과일이나 견과류 등등 ---주문할 때, 조금 넉넉히 나눌 수 있는 만큼 주문하는 것입니다. 김치를 맛있게 담그는 분은 조금 더 담아서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어주면 좋지 않을까요?

다른 어떤 곳에 갔더니, 싸고 좋은 것이 있다면, 여유 있게 사서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면 좋지 않을까요? 자신이 필요한 것이 아니더라도, 우리 믿음의 식구 중에 누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떠올리며 사서 나누면 좋지 않을까요?

셋째는 섬김으로 위대해 진다.

“사람이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르라 나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자도 거기 있으리니 사람이 나를 섬기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귀히 여기시리라”(26) 

우리는 이 땅에서 먼저 예수님을 섬기는 자로 살아야 함을 말씀합니다. 이 땅에서 우리가 왕 노릇하고, 군림하고, 지배하는 자로 사는 것이 아니라, 먼저는 주님을 섬기고, 그 다음 다른 사람들을 섬기는 삶을 살아야 함을 말씀하십니다.

그런 섬기는 사람은 주님을 따라야 한다고 말씀합니다. 주님이 가신 그 길을 가야한다고 말씀합니다. 주님의 길은 말씀대로 사는 길, 의의 길이었습니다. 많은 사람을 말씀과 사역으로 유익하게 하셨습니다. 그렇지만 많은 고난을 겪으셨습니다. 우리도 예수님을 따라 그 길을 가야 한다고 말씀합니다. 주님을 섬기는 것과 예수님을 따르는 것이 예수님과 함께 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주님을 잘 섬기며 따르는 자에게, 그래서 늘 주님과 함께 하는 자에게는 보상이 따릅니다. 그러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귀히 여기시리라”(26)

후에 놀라운 보상으로 갚아 주신다고 말씀하십니다.

저는 제 이야기를 다시 나누겠습니다. 대학교 다닐 때, 교내 10km 마라톤 대회가 열렸습니다. 우승 상금이 대단했습니다. 그리고 완주한 자들에게는 파란 티셔츠를 다 준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수 백명이 참가했습니다. 저는 마라톤 대회를 잊고 있었는데, 학교에 가 보니 마라톤 대회가 열릴 직전이었습니다. 한참 망설였습니다. 마침 그 전날 매우 늦게까지 자기 못해서 얼굴이 하얗게 보였습니다. ‘마라톤을 뛰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했고, 완주해서 저 파란색 티셔츠를 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다닐 때 학교 친구가 그런 파란색 티셔츠 입은 것을 부럽게 바라보았던 것을 기억하기도 했습니다.

갈등하다가 10km를 뛰게 되었습니다. 매우 힘들지만, 다 완주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파란 티셔츠를 받은 것도 좋았지만, 더 인상적인 것은, 골인점에 모인 수 많은 사람들이 매우 큰 박수로 저를 환영해 주었습니다. 아마 얼굴 하얀 사람이, 힘들지만, 이겨내고 완주한 것을 격려하기 위한 것이었을 것입니다.

우리도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우리 신앙 인생길을 다 완주하면, 하늘에서 환호와 칭찬과 큰 상급으로 갚아주실 것입니다.  

또 많은 사람들을 섬깁시다.

세상에서 많은 사람의 기억에 오래 남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섬기고 다른 사람을 유익하게 한 사람입니다.  

예수님은 위대한 역설로 진리를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은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게 된다는 말씀입니다. 또 자기 생명을 미워하면 영생하도록 보존하게 된다고 말씀합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는 하나님을 섬기고, 사람을 섬기는 자로 살아야 한다고 말씀합니다.

우리도 예수님이 가신 이 길을 따라 가게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