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낮예배설교(2019. 1. 20)

요한복음 강해(44)- 거룩한 사랑의 허비

<요11:45-12:8>

김 태진 목사

부활의 영광

지난 주 우리는 나사로가 죽은 지 나흘 만에 살아나는 장면을 함께 보았습니다. 주님께서 “내 말이 네가 믿으면 하나님의 영광을 보리라”(요11:40)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에게도 말씀하십니다. “네가 믿으면 하나님의 영광을 보리라!”

그 말씀을 하시고, 예수님께서는 하늘을 우러러 보시며 “아버지여 내 말을 들으신 것을 감사하나이다”(41) 이 말씀을 하시고, 큰 소리로 “나사로야 나오라”(43)하시며 무덤 속에 누워있는 나사로를 밖으로 불러냈습니다. 이 말씀을 듣고 나사로는 살아났습니다.

우리도 예수님께서 이 땅에 다시 오실 그날에, 이와 비슷한 큰 음성을 듣고 무덤에 있던 자들은 살아나서 무덤을 열고 나와서 공중에서 주님을 만나게 될 것이며, 그 때까지 살아서 믿고 있는 자는 바로 공중에 끌어 올려 주님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또 이런 주님의 음성은 오늘날에도 들려 질 수 있습니다. 우리 삶의 죽은 것들, 죽어가는 것들이 살아날 수 있습니다. 주님은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11:25) 라고 현재형으로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나사로가 수족을 베로 동인채로 나오는데, 그 얼굴이 수건에 싸여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풀어놓아 다니게 하라”(44)라고 말씀하셔서, 주변 사람들이 얼굴의 수건과 수족을 싸고 있던 베를 풀어놓아, 나사로가 다니게 하였습니다. 우리도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바르지 않은 생각, 고정관념, 습관, 경험, 생활 방식 등등이 풀어져서 자유롭게 되시기 바랍니다.

두 가지 상반된 반응

이렇게 놀라운 일, 하나님의 영광이 나타난 일이 일어났을 때,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두 가지 반응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 부류는 예수님이 나사로를 살아나게 하신 일을 보고 주님을 믿게 된 것입니다(11:45). 복된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종교지도자인 바리세인에게 가서 알렸습니다. 이 말을 듣고 대제사장과 바리새인들이 공회를 모으고 서로 논의를 했습니다. 이 공회는 72명으로 구성되어 있는 산헤드린 공의회로서, 이스라엘에서 가장 높은 종교 지도자 모임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일을 결정하였고, 종교에 관한 최종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들이 공회를 열어 논의하며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 사람이 표징을 많이 행하고 있으니,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이 사람을 그대로 두면 모두 그를 믿게 될 것이요, 그렇게 되면 로마사람들이 와서 우리의 땅과 민족을 약탈할 것입니다”(47,48, 표준 새 번역 개정판)

이들의 생각과 한 말을 보면, 예수님을 메시야로 믿지 아니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직 자기들의 사고방식으로 자기들의 생각을 했습니다. 로마 사람들이 와서 자신들의 땅과 민족을 약탈한 것을 염려한 것 같지만, 그들의 생각의 더 깊은 곳에는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많은 특권을 빼앗기기 원치 않는 마음으로 이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해의 대제사장 가야바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당신들은 아무것도 모르오. 한 사람이 백성을 위하여 죽어서 민족 전체가 망하지 않는 것이, 당신들에게 유익하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소”(49,50 표준 새 번역 개정판)

이 말도 원래는 자기를 위한 생각이었습니다. 차라리 예수님이 죽어서 민족 전체가 망하지 않는 것이 유익하다는 생각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생각은, 우연히도 하나님의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어 죽으심으로, 이스라엘 민족과 흩어진 하나님의 자녀들을 모아 하나가 되게 하려는 계획과 일치하였습니다.

대제사장 가야바는, 속으로는 자기 유익을 위하여 예수님이 죽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겉으로는 민족이 망하지 않으려면 예수님이 죽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우연히도 하나님이 하시려는 일에 대한 예언이 되었습니다.

그 날부터 그들은 예수를 죽이려고 모의하였습니다.

이처럼 자기 생각, 자기 유익 등 자아가 강하면, 자신 안에서 예수님을 죽이려 합니다.

향유 옥합을 붓다

예수님께서 나사로가 살아났던 베다니에 다시 가셨습니다. 거기서 잔치에 초대 받으셨습니다. 나사로가 살아났기 때문에 잔치를 벌인 것 같습니다. 감사와 기쁨을 함께 나눌 사람들이 초청되었고, 무엇보다 예수님이 거기 계셨기에 기쁨이 충만한 잔치였을 것입니다.

늘 그러했듯이 마르다는 잔치 음식을 만들고, 나르며 바삐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살아난 나사로는 음식상에 기대어 앉아 음식을 먹고 있었습니다. 나사로를 보면서, 그가 살아서 식사를 같이 하게 된 것이 꿈인가 생시인가 했을 사람이 많았을 것입니다.

당시에 식사 관습은, 사람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약간 옆으로 기대어 한 손으로 바치고, 한 손으로 음식을 먹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 마리아가 특이한 행동을 하였습니다. 지극히 비싼 향유 곧 순전한 나드 한 근을 가져다가, 예수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털로 주님의 발을 닦았습니다.

이 나드는 로마나 이스라엘에서 장례식 때 시신에게서 냄새가 나지 않도록 하고, 귀한 손님이 왔을 때 그 손님의 머리에 발라 최고의 예우를 하였습니다. 이 나드는 수입을 해야 하는 것이 기에 매우 비싼 가격이었습니다. 이 순전한 나드 한 근은, 돈으로 계산하면, 삼백 데나리온이나 하는 매우 값비싼 것이었습니다. 당시 한 데나리온은 하루 일당이었기에, 오늘날로 치면, 이 향유는 수 천 만원이 나가는 보물과 같은 향유였습니다. 이 여인이 오랫동안 고이 간직해온 그녀의 모든 재산일 수 있습니다.

마리아는 이 비싼 향유 옥합을 가져와서 예수님의 발에 부었습니다. 그리고 자기 머리털로 주님의 발을 닦았습니다. 감히 발 위로는 향유를 부을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오직 발에다만 향유를 부었습니다. 지극한 겸손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당시 여성이 머리를 풀고 사람들 앞에 나오지 않는 것인데, 그런 체면을 생각하지 않았고, 자기가 남들에게 어떻게 보여질까하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즉 자아가 깨진 것입니다. 오직 가장 귀한 것으로 최고의 감사와 사랑의 예우를 해 드리고자 했을 것입니다.

마리아가 이렇게 하게 된 것에는, 몇 가지가 이전에 있었습니다.

마리아는 자기 자신이 원래 죄인이었으나, 그 죄가 용서 받고, 주님의 사랑하는 자가 된 것을 늘 감사하였을 것입니다.

또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 곧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하는 말씀을 듣고 소망이 생긴 것과, 그리고 그의 오라비 나사로가 다시 살아난 것 등이, 마음속에서 합쳐져서 주님께 대한 감사와 사랑으로 터져 나왔을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은 남들이 비싸다고 하는 그 향유를 아낌없이 부어도 절대 아깝지 않은 귀한 분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향유 냄새가 온 집에 가득하였습니다. 참으로 아름답고 귀하고 좋았습니다. 이는 또한 하나님 앞에 향기로운 제물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가롯 유다의 탐심:

그런데 예수님의 제자 중 하나인 가롯 유다가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눈살을 찌푸리며 보았습니다.

그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향유를 어찌하여 삼백 데니리온에 팔아 가난한 자에게 주지 아니하였느냐”(5) 그 값비싼 향유를 그냥 예수님의 발 위에 부어 버리면, 어떻게 하느냐라는 말입니다.

같은 사건을 다룬 마태복음 26장에서는 이 문장 앞에 가롯 유다가 “무슨 의도로 이것을 허비하느냐”(마26:8)라는 말이 더 있습니다. 예수님 발 위에 향유를 부은 것을 ‘허비’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 같은 사건을 기록한 마가복음 14장 5절에는 이 말에 이어서 “그 여자를 책망하는지라”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러 사람 앞에서 책망까지 하면서 마리아에게 무안을 주고 괴롭게 하였습니다.

저는 이 말씀을 묵상하면서, ‘나는 이 마리아처럼 거룩한 사랑의 향유를 부은 적이 있는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여러분은 주님 앞에 ‘거룩한 사랑의 허비’를 한 적이 있습니까?

저도 이 마리아처럼, ‘주변 사람들이, ‘그것은 허비다’라고 하는 말을 들으며, 혹은 책망이나 비난을 하는 사람이 있어도, 매우 값비싼 향유를 예수님에게 붓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언제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하며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는 이런 일이 없이 제 일생이 마쳐지지 않고 싶습니다.  

가롯 유다가 이렇게 말한 것은 매우 이치에 맞는 합리적이며, 가난한 자를 생각하는 박애주의 정신에서 나온 좋은 뜻으로 한 것 같이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성경에 이렇게 분명하게 말씀합니다.

“이렇게 말함은 가난한 자들을 생각함이 아니요 그는 도둑이라 돈궤를 맡고 거기 넣는 것을 훔쳐 감이러라”(요12:6)

사실은 그가 자기 자신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자기가 예수님과 제자들을 위한 돈궤를 맡고 관리하고 있었기에, 오늘날로 말하면 회계이거나 재정을 맡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돈이 많이 들어오면, 훔쳐갈 것이 많고, 티가 나지 않아서 그렇게 말한 것이었습니다.

‘훔쳐감이라’라는 단어도 원어로 보면, 지속적인 반복 행위를 의미합니다. 그는 돈을 탐하는 마음으로 지속적으로 얼마씩 훔쳐가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가롯 유다에게도 자기의 유익을 챙기려는 그의 탐욕적인 자아가 문제였습니다.  

예수님의 장례를 준비한 마리아

이에 예수님께서는 “가만 두어라”(요12:7)라고 말씀하셨고, 마가복음에서는 “가만 두라 너희가 어찌하여 그를 괴롭게 하느냐 그가 내게 좋은 일을 하였느니라”(막14:6)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를 가만 두어 나의 장례할 날을 위하여 그것을 간직하게 하라”(요12:7)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마태복음에는 “이 여자가 내 몸에 향유를 부은 것은 내 장례를 위하여 함이니라”(마26:12)라고 말씀하셨고, 마가복음에는 “그는 힘을 다하여 내 몸에 향유를 부어 내 장례를 미리 준비하였느니라”(막14:8)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마리아가 향유를 부을 때, 그녀는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또 자기 자신이나 물질적 계산을 하지 않고, 오직 주님께 대한 큰 감사와 깊은 사랑의 표현으로 한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마리아가 한 것은, 일주일 후면 있게 될 십자가에서 죽으심을 앞두고 미리 장례의 한 부분인 몸에 향유를 바르는 일을 한 것이라는 것입니다. 마리아 자신도 모르게 성령님은 그녀의 마음을 감동하여 향유를 붓게 하여, 하나님의 섭리와 뜻을 이루는 자가 되게 하신 것입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오직 주님께 감사하고 주님을 사랑하며, 그래서 무엇인가 할 마음을 가지게 되고, 그것을 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마음과 그렇게 하게 한 것은, 배후에 성령님의 인도하심일 때가 있습니다. 성령님은, 우리가 알지 못한 채, 우리로 어떤 마음을 가지게 하고, 그것을 행하게 하여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 하나님의 귀한 뜻을 이루게 하십니다.

때로 성령님은 그렇게 우리를 인도하여 중보 기도하게 하시고, 봉사하게 하시며, 헌금하게 하시고, 어떤 일을 하게 하십니다. 그리고 후에 생각해 보면, ‘그것이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것이었다, 잘 했구나’ 라고 감사한 마음을 가질 때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이 여인이 한 향기로운 행동이 모든 사람에게 알려지게 하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온 천하에 어디서든지 복음이 전파되는 곳에는 이 여자가 행한 일도 말하여 그를 기억하리라 하시니라”(막14:9) 

이 마리아의 행한 것은, 주님이 우리 모두를 통해서 받으시기 원하시는 일입니다. 주님이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 주님은 향유보다 비교할 수 없는 더 큰 것, 목숨을 주실 만큼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의 몸을 깨뜨려 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로 하여금 그와 같이 주님을 사랑하기를 원하십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마22:34) 라고 오늘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