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기독신문

영성-어떠한 형편에든지 자족(自足)하는 것(96)

김 태진 목사

요사이 얼굴이 어둡고 힘이 없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아마 경제적 어려움이나 여러 가지 문제들이나 어려운 상황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미소와 웃음을 잃지 않고 긍정적인 말을 계속하는 사람들도 주변에 있다. 그런 사람은 참 귀한 믿음의 사람으로 보여 진다.

기복이 심하지 않고 어떠한 환경 속에서도 꾸준한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다.

사실 환경적으로 힘들 때나 좋은 환경 속에서 잘 나갈 때의 차이가 별로 크지 않고, 어느 환경에서나 만족하며 사는 것, 이것은 모든 종교와 철학(哲學)이 추구하는 바이다. 헬라의 스토익(stoic) 철학에서는 이 자족(self-sufficient)의 상태를 'autarkeia' 라고 하며, 그들이 지향하는 가장 높은 목표점으로 삼았다. 그들은 이 상태에 이르기 위해 모든 욕망을 제거하였고, 또 아무런 감정적 동요가 일어나지 않는 무심(無心)의 상태로 만들었다. 또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에 의해 일어난다고 생각해서 발생하는 모든 것을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였다.

불교에서도 유사한 것 같다. 무념무상(無念無想)의 상태, 곧 해탈(解脫)의 상태를 최고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기독교의 ‘자족’은 그들의 것과 다르다. 기독교 신앙은 기뻐하기를 명령받고 있고(빌립보서), 또 즐거워하는 자와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와 함께 우는 슬픔을 지극히 정상적인 것으로 여긴다(롬12:15).

기독교 신앙의 자족은, 사도 바울의 표현대로, 어떠한 형편에서든지, 곧 풍부에 처한 때에도 비천에 처한 때에도 다른 감정적, 마음의 기복이 없이 평안과 기쁨 가운데 만족하며 잘 지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경제가 어려우거나 상황이 어려운 때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잘 지내는 것을 배워야 한다. 어려움이 없어질 때까지 힘들어 하고 그것이 없어지면 기뻐하는 것이 아니다.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감사하고 잘 지낼 수 있도록 되어야 한다.

수입이 줄었거나 재정적으로 어려울 때에도 만족하며 잘 살아가도록 훈련되어야 한다.

필자는 처음 목회를 시작하였을 때, 아주 적은 수입을 가지고 살 때나, 더 많은 수입이 있는 지금이나 만족하며 사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적은 수입에서도 그 만큼의 작은 범위 안에서 만족하며 살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당시에는 옷도 ‘창고 대 매출’ 광고를 보고 사 입고 만족하는 경우가 많았고, 심지어 형님 양복을 줄여 입는 경우도 있었다. 승용차 없이도 그럭저럭 잘 지냈다. 지금도 필자는 된장찌개에 잘 익은 김치와 생선 한 도막이면, 고급 일식집에서 먹는 비싼 ‘회’만큼 만족한다.

또한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야 할 것이다. 이 세상의 풍성한 것들이 누구를 위한 것일까?

하나님이 왜 그런 것들을 만드셨을까? 우리에게 주셔서 우리로 감사하며 누리도록 만들지 않았을까? 세상의 좋은 것들은 다 세상 사람들이 차지하고 그리스도인들은 궁핍하고 어렵게만 산다면 그것이 하나님의 뜻일까? 우리는 풍부에 처할 수 있다. 필자는 성도들이 깨끗하고 착한 부자가 되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그 풍부에 처하였을 때에 방탕하거나, 떵떵거리면서 교만하거나 하지 않고, 그 풍부를 감사하며 누리며 선한 일에 부요를 사용할 수 있는 자가 되도록 늘 가르친다.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을까? 그것은 무슨 도(道)를 닦는 것이 아니라, 바로 어떠한 형편에 거하든지 주님의 능력을 의지하는 것이다. 주님을 의지하는 것, 주님의 능력주심은 우리에게 풍부에 잘 처하게, 비천에도 잘 지내게 하신다.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빌4:13)

“영성-그것은 어떠한 형편에든지 자족하며 사는 일체의 비결을 배우는 것이다!”